바울은 로마 시민이다. 그리고 로마 시민은 형이 확정되기 전에 때리지 못한다. 만일 로마 시민을 정당한 절차 없이 가두거나 때렸을 경우에 그 관리는 파면되었다. 그런데 로마 시민인 바울과 실라가 많이 맞고 깊은 옥에 갇히고 중죄인 취급을 당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빌립보에서 바울은 귀신들린 여자를 치료해 주었다가 자기들의 수입원이 끊긴 것을 알고 분노한 탐욕스런 주인들에게 고발당하여 많이 맞고 깊은 감옥에 투옥되었다. 그날 밤 바울과 실라가 기도하고 찬미하자 큰 지진이 나서 감옥문이 다 열렸다. 죄수들이 모두 도망친 것으로 생각한 간수가 자결하려 하자 바울은 크게 소리 질러 죄수들이 다 안에 있음을 알렸다. 바울과 실라의 엄숙한 위엄에 눌려 아무도 도망치지 못했던 것이다.
간수는 그날 밤 바울과 실라의 신앙에 큰 감동을 받고 그와 그의 권속이 다 침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이 된다(
16:33). 그 이튿날 흥분이 식은 관원들이 특별한 죄가 없는 바울 일행을 석방하려 하자 바울은 로마 시민을
“죄도 정치 않고 공중 앞에서 때리고 옥에 가두었다가” 이제는 슬그머니 내어 보내려 하는 그들의 행동이 옳지 않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상관들이 직접 와서 사과하기를 요구한다(
16:37).
B. 왜 바울과 실라는 어제 맞기 전에 자신들 이 로마 시민임을 밝히지 않았을까? 그랬으면 맞지도 않고 투옥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이유를 우리는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바울이 감옥에 들어갔기 때문에 간수의 가족이 구원받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빌립보 교회에는 귀신들렸던 여자도 있으며 자주 장사 루디아도 있고 간수도 있었다.
그런 인연 때문인지 빌립보 교회는 바울의 생활비를 대주기도 하고 감옥에 있을 때는 지성으로 옥바라지를 해주었다(
빌 4:15-18). 바울이 로마의 감옥에 있을 때는 에바브로디도를 로마로 파견하여 바울의 쓸 것을 도왔다. 바울은 이런 빌립보 교회에 깊은 감사를 보냈다. 빌립보 교회가 어떻게 그처럼 바울의 옥바라지를 잘 할 수 있었는가? 빌립보 교회의 수석장로가 간수 출신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로마 시민은 여러 가지 특권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인권의 보장이었다. 즉 재판을 받아 죄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로마 시민에게 투옥이나 형벌을 가할 수 없었다. 그런데 로마의 도시인 에베소에서 로마 시민인 바울이 정식 재판도 받기 전에 부당한 처벌을 받았다. 바울은 말 없이 그 무거운 체형을 감수하였다. 그리고는 그 다음날 아침에 석방 통고를 받고서야 비로소 로마 시민의 권리를 주장하였다. 이런 바울의 행동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바울이 그렇게 했기 때문에 그날 밤 간수와 그의 가족이 회심하는 일이 일어났으며 마침내 빌립 보 교회가 세워졌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 간수는 빌립보 교회의 기둥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