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경절은 초기교회가 안식 후 첫날, 즉 일요일에 모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 성서적 근거로 제시하는 대표적인 구절이다. 따라서 이 성경절의 해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밝혀지면 일요일 준수의 근거가 성경에 있다는 주장은 그 뿌리를 상실하게 된다. 문제는 모임이 밤에 있었다는 것이다. 내일 아침 일찍 떠나려는 바울의 고별 설교를 들은 그날 밤이 과연 어느 날 밤인가? 성경은 해 질 때부터 다음 해 질 때까지를 하루로 계산하는데 이미 해가 져버린 일요일 밤을 안식 후 첫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날은 이미 둘째 날이 아닌가? 그리고 만일 이때가 일요일 밤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초기교회가 안식일을 폐지하고 일요일을 준수했다는 성경상 증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이 본 절의 문제이다.
A. 유대인들의 시간 계산법에 의하면 하루는 해 질 때부터 다음 해 질 때까지이다. 성경은 그것을 명백히 하고 있다. “이는 너희의 쉴 안식일이라 너희는 스스로 괴롭게 하고 이 달 구일 저녁 곧 그 저녁부터 이튿날 저녁까지 안식을 지킬지니라" (
레 23:32). 그것은 신약에 와서도 마찬 가지이다.
누가복음 23:54에는 금요일 저녁을 묘사하기를
“이날은 예비일이요 안식일이 거의 되었더라”고 하였다. 따라서 성경적으로 어느 날 밤을 우리가 안식 후 첫날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것은 일요일 밤이 아니라 토요일 밤이다. 일요일 밤은 첫째 날이 아니라 이미 둘째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굿 뉴스 바이블」(Good News Bible)이 이 구절을 아예 토요일 저녁(on saturday evening)으로 번역했고, 「새번역」도 다음과 같이 번역하였다. 안식일 밤에 우리는 떡을 떼려고 모였고 바울은 그 다음날 떠나게 되어 신도들과 말을 주고 받기를 밤이 깊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바울의 송별회가 열렸던 이날 밤은 안식일 밤이었으며 바울은 날이 새면(일요일 아침) 먼길을 떠나려고 했으므로 전혀 일요일을 준수한 것이 아니다.
B. 혹자는 누가가 로마 시간 법을 써서 밤 12시부터 다음날 밤 12시까지를 하루로 보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근거가 없다. 오히려 누가는 이방인들을 위해 글을 쓰면서도 유대 시간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누가는 십자가 장면을 묘사하면서
“때가 제육시(오늘날의 12 시)쯤 되어 해가 빛을 잃고 온 땅에 어두움이 임하여 제구시(오후 3시)까지 계속하며” (
눅 23:44)라고 하였으며 사도행전에서도 유대 시간을 사용하였다(
3:1). 따라서
사도행전 20:7에서도 유대 시간을 사용했음이 분명하다.
C. 그렇다면
요한복음 20:19에
“이날 곧 안식 후 첫날 저녁 때에 제자들이 유대인들을 두려워 하여 모인 곳에 문들을 닫았더니 예수께서 오사 가운데 서서 가라사대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라고 기록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되느냐 하는 문제가 생긴다. 여기서 안식 후 첫날 저녁 때는 분명히 일요일 저녁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 대답은 이렇다. 요한은 그의 복음서에서 로마 시간법을 쓰고 있다. 아마도 유대에서 멀리 떨어진 이방의 도시 에베소에서 요한복음을 기록했기 때문일 것이다.
요한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묘사할 때도 다른 복음서 기자들과 다르다. 마가와 누가의 기록에 의하면 예수님은 제3시(현재의 9시)에 못박히시고 제6시(현재의 12시)에 온 땅에 어두움이 임하였으며 제9시(오후 3시)에 돌아가셨다(
막 15:25, 33, 34:
눅 23:44). 그러나 요한은 제6 시에 예수님은 아직도 빌라도 앞에 계셨다고 기록한다(
요 19:14). 그가 로마 시간을 썼기 때문이다. 요한은 한낮을 12시라고 표현함으로(
요 11:9) 그가 로마 시간을 사용하는 것을 분명히 했다(
요 1:39; 4:52 참조), 로마 시간에 의하면 안식 후 첫날 저녁은 일요일 저녁이기 때문에 전혀 모순되는 구절이 아니다.
D. 사도행전 20:7의 바울 송별회는 안식일 저녁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설사 이날 밤이 일요일 밤이라고 가정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초기교회가 일요일에 정기적으로 모였다는 어떤 증거가 되지 못한다. 초기교인들은 떡을 떼는 일을 날마다 했다(
2:46). 그리고 이날 밤은 어떤 정기 집회라기보다도 내일 아침이면 멀리 떠날 바울의 송별 집회였다. 바울은 이미 드로아에 도착하여 7일을 지냈다(
20:6). 바울은 죽음을 각오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도중이기 때문에 아마도 날마다 집회를 했을 것이고 이날 밤은 마지막 밤이어서 특별히 설교를 오래 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날 밤 집회에 송별회 이외의 어떤 의미도 부여하기 힘들며, 바울은 날이 새면 먼 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일요일을 거룩히 기억하는 것은 안중에 없었다.
사도행전 20:7은 초기교회 신자들이 안식 후 첫날 즉 일요일에 모였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 안식 후 첫날이라고 기록된 그날 밤은 일요일 밤이 아니라 새번역 성경이 정확히 번역한 대로 안식일 밤이다. 일요일 밤은 유대력에 의하면 이미 둘째 날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날 밤 드로아에서의 다락방 집회는 정기 집회라기보다는 날이 새면 위험한 길을 떠나야 할 바울의 송별집회였다. 초기교회에서 떡은 성도들이 모이는 곳이면 날마다라도 떼었기 때문에 정기집회의 증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바울은 날이 새어 일요일 새벽이 되면 먼길을 떠나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첫째 날을 준수하는 것은 그의 계획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