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 성경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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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왼뺨을 돌려대야 하는가?
성경절
문제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고 선을 행하라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어렵지만 그렇게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하고 부당한 요구보다도 더 많이 적극적으로 해주라는 것이 문제다. 오른편 뺨을 치려 하는 자에게 정말 왼쪽 빰까지 대주어야 하는가? 갚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 꿔주어야 하는가?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이상인가?
해석
 A.

 이것은 예수께서 하늘 왕국 시민들의 생활 양식을 모세의 율법과 비교해서 보여주는 일련의 강화 중 하나이다. “너희가 이렇게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지금부터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윤리를 발표하신다. 구약 시대의 복수와 보복으로 살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것이다.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고 선을 행하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마음속에 불만이 가득 차 있으나 참고 대적하지는 말라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리스도인의 윤리는 좀 더 강한 것이다. 예수의 말씀은 단순히 참는 것에 그치지 말고 적극적인 선으로 악을 감화시키라는 말씀이다.


 B.

 그렇다고 해서 위의 말씀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오른편 뺨을 때린 사람에게 기어이 왼편 뺨을 들이대며 더 때려달라고 하는 것은 본문의 취지에 맞지 않다. 그런 행동은 오히려 상대방을 격분시킬 것이다. 예수께서도 뺨을 맞으신 후 다른 뺨을 돌려 대지 않으셨으며(26:67), 오히려 “어찌하여 나를 치느냐”(요 18:23)고 물으셨다. 속옷을 빼앗는 사람에게 구태여 겉옷까지도 꼭 벗어 주어야 하는가? 그럴 필요가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의 상식과 감정에 맞지 않는다. 오리를 억지로 간 후에 다시 오리를 더 가겠다고 우겨야 하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위의 말씀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지 않고 그 말씀의 참뜻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예수께서 모세의 율법과 비교하여 하신 일련의 말씀들은 행위 자체보다는 그 정신을 중요하게 여기신 말씀으로 이해해야 한다. “네 오른눈이 너로실족케 하거든 빼어 내 버리라”와 같은 말씀이 그 대표적인 예다. 만일 이 말씀을 그대로 실행해야 한다면 눈을 제대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C.

 위의 성경절에서 그 문자보다는 정신이 중요하다면, 악한 자를 대하는 그리스도인의 정신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첫째로. 그것은 용서의 정신이다. 악을 용서하고 오히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보여 주신 바로 그 정신이다(눅 23:34). 용서의 정신이 없으면 왼쪽 뺨 이야기는 나올 수도 없다.

 둘째는 참는 정신이다. 불의한 일을 당하고도 반격과 복수의 정신으로 마음이 끓어오르지 않고 조용히 참는 정신이다. 그것은 용서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셋째로. 단지 눈앞에 닥친 것만 겨우 참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악이나 수모가 올지라도 참을 수 있다는 여유 있는 정신이다.

 이것이 오른편 뺨을 손등으로 쳐서 나에게 모욕을 가한 사람이 다시 왼편 뺨까지 치려고 덤벼들 때 그것마저도 참을 수 있는 정신이다. 이것은 물론 어렵다.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 사는 사람은,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며 이것이 원수까지도 사랑하는 그리스도인의 정신이다.
요약
 마태복음 5장에 나오는 일련의 말씀들은 꼭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까지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리스도인 정신의 문제로 해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서와 인내 그리고 지금보다 더한 것도 견뎌 낼 수 있는 성숙한 신앙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원수까지도 사랑하는 그리스도인의 정신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있을 때 만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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