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 성경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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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믿음으로 율법을 굳게 세운다는 말씀은?
성경절
문제
 믿음으로 율법을 굳게 세운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믿음과 율법은 상반되는 것처럼 묘사되었는데 그 믿음으로 율법을 굳게 세운다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해석
 A.

 로마서 3:21-31은 로마서 중에서도 믿음과 의를 최고로 높이는 부분이다. 그러나 바울은 믿음을 최고로 높이는 이 구절을 결론지으면서 믿음이 율법을 폐하기는커녕 도리어 율법을 굳게 세운다고 역설하고 있다. 모순처럼 보이는 이 말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로마서 3:21-31“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 났음을 선언한 바울 신학의 핵심을 설명한 구절이다.

 율법 “외에” 라는 말에 해당되는 헬라어 코리스 노무(choris nomou)는 “율법과 관계없이” 라는 뜻이다. 이제 구원은 율법을 통하는 길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야 하는 것이다. 오직 우리를 의롭 다하시는 하나님의 의를 통해서만 구원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얻는 것은 율법의 행위에 있지 않고 믿음으로 되는 것임을 인정하는 것이다(3:28). 그렇다면 도대체 구원과 관계없는 율법이 이제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것은 완전히 폐지(무효화)되었는가?


 B.

 바울은 지금까지 “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 (3:21)다고 했고,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얻는 것은 율법의 행위에 있지 않고 믿음으로” (3:28)만 된다고 말하여 마치 율법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하였다. 그리고는 독자들의 마음을 짐작이라도 한다는 듯이 “그런즉 우리가 믿음으로 말미암아 율법을 폐하느뇨” (3:31) 하고 물었다. 그리고는 스스로 제기한 질문에 대하여 단호한 어조로 “그럴 수 없느니라” 고 답변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는 믿음이 율법을 더 굳게 세운다고 선언한다.

 여기서 “세운다” 라는 헬라어는 히스타노멘(histanomen)으로서 “지킨다, 완수한다” 라는 뜻이다. 믿음이 오자 이제는 율법과 상관없이 구원받게 되었는데 어떻게 해서 믿음이 율법을 폐하지 않고 도리어 율법을 굳게 세우게 되는가? 율법의 언약을 타락으로 깨뜨린 사람이 이제 그 깨져 버린 언약으로는 구원받을 수 없으므로 율법과 상관없이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받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다. 그렇다고 해서 율법 자체가 무용하게 된 것은 아니다.

 율법 자체는 하나님의 공의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바울이 말한 바처럼 “거룩하며 의로우며 선” (7:12)한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율법을 무시 하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내려진 율법의 요구를 이루시려 친히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분의 희생은 율법을 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굳게 세우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것을 믿는 믿음도 율법을 무효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율법을 굳게 하고 완성시키는 것이 된다. 믿음을 최고로 높이는 것은 십자가이다. 동시에 율법을 최고로 높이는 것도 십자가이다. 만일 율법의 준수가 중요하지 않다면 십자가도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믿음과 율법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가 깊어지면 다른 하나도 깊어지며 하나가 훼손을 당하면 다른 하나도 약해지는 불가분리의 것이다.


 C.

 바울은 한 번도 율법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율법 자체는 “거룩하며 의로우며 선” (7:12)한 것이었다. 율법은 하나님께서 주신 신령한 것이다(7:14). 바울이 율법에서 벗어나라고 한다든지 율법에 대하여 죽임을 당하였다고 말하는 것은 율법의 속박과 율법 아래 사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하지 율법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믿음이란 무엇인가? 믿음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속하여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믿는 자를 구원하시는 것을 믿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왜 십자가에 돌아가셨는가? 율법의 요구를 이루시기 위함이다. 율법이 폐지되었거나 지킬 필요가 없는 것이라면 구태여 하나님의 아들께서 피를 흘리시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믿음의 대상인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하나님의 율법을 최고로 높이는 것이라면 믿음은 율법을 폐하는 것이 아니라 율법을 굳게 세우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바울의 말씀은 진리이다. 율법의 완전한 준수는 오직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 자신이 성도들을 대신하여 율법의 요구 조건을 만족시켜 주셨기 때문이다(마 5:17).


 D.

 믿음과 율법은 피상적으로 생각하면 서로 적대적인 것처럼 보인다.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받는 것은 율법에 있지 않고 오직 믿음으로만 된다(3:28). 율법에 대하여는 죽고 벗어나야 하며 믿음은 그 가운데 살아야 한다(7:4-6), 율법 아래 살아서는 안 되고 믿음 아래 살아야 한다. 이제는 율법과 상관없이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 (3:21).

 이런 믿음과 율법의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첫째는, 율법은 폐지되었으며 지금은 오직 믿음으로만 살아야 한다는 율법폐기론이다. 이것은 “믿습니다!” 만 부르짖으면 만사 형통인 값싼 구원을 신봉하는 경박한 신앙으로 사람을 인도한다. 그리고 성경은 한 번도 율법이 폐지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경은 그리스도께서 오신 것은 율법을 폐지하려고 하시는 것이 아니라 완전케 하려 함이라고 말씀 하신다(마 5:17). 폐지되었다면 율법이 아니라 율법을 지킴으로 구원을 받으려는 율법 아래 사는 것이 폐지되었을 뿐이다.

 둘째는, 이분법적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이 학설은 성경을 두 시대로 구분한다. 구약은 율법의 시대다. 모세부터 그리스도 이전까지는 율법의 순종 여하에 따라 구원이 결정되지만 신약 시대에는 은혜의 새 언약으로 구원을 받았으며 율법의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이다.


 E.

 그러나 이런 설명들은 성경의 가르침과 정면으로 위배된다. 구약과 신약 전체를 통해 하나님은 구원의 방법을 오직 하나만 가지고 계신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구속을 통하여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구원을 주시는 것이다(3:24). 율법의 시대와 은혜의 시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아브라함과 모세가 구원받는 방법과 우리가 구원얻는 방법이 다른 것이 아니다. 아담과 하와의 타락 이래 모든 사람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그리스도의 피로 구원을 받을 뿐이다. 구원의 다른 방법은 없다. 그러므로 율법과 믿음은 그 기능만 다를 뿐 성도들의 삶에 필요한 것이고, 둘 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이다.

 바울이 말한 대로 하나님께서는 율법을 구원의 방법으로 주시지 않았다(롬 3:20; 갈 2:16; 5:4). 율법은 우리로 하여금 죄를 깨닫게 하고 (3:20) 우리를 그리스도께 인도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갈 3:24). 그러면 그리스도께 인도되면 그것으로 율법의 임무는 끝인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사람은 이제 율법이 필요 없는가? 아니다. 그리스도 안에 사는 성도들은 율법의 지배를 받는 율법 아래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하나님의 율법에 순종하며 사는 사람이다. 구원을 받으려고 혹은 형벌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구원받은 삶에 대한 기쁨과 즐거움으로 그 율법에 순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믿음으로 구원받은 성도들이야말로 참된 의미에서 율법을 높이고 굳게 하는 사람들이다. 이것이 “하나님 앞에서는 율법을 듣는 자가 의인이 아니요 오직 율법을 행하는 자라야 의롭다 하심을” (2:13) 얻을 것이라는 말씀의 참된 의미이며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마 7:21)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말씀의 진의이기도 하다.


 F.

 율법을 주신 목적은 율법에 순종하여 의롭게 되는 것에 있다. 그러나 타락으로 말미암아 사람은 이제 율법에 순종하며 살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의롭게 되는 것은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의를 얻음으로만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믿음으로 구원 받은 사람만이 하나님의 율법에 순종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이 죄악 세상에서는 율법이 율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믿음을 통해서 비로소 그 목적이 달성되고, 완성되며 굳게 세워지는 것이다.


 G.

 믿음이 “율법을 굳게 세운다” 라는 또 한 가지 의미는 믿음으로 구원을 받은 사람은 이제 진심으로 율법에 순종하고 그것을 굳게 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믿음으로 구원받은 사람은 율법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요 오히려 굳게 행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하나님 앞에서는 율법을 듣는 자가 의인이 아니요 오직 율법을 행하는 자라야 의롭다 함을” (2:13) 얻기 때문이다.
요약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는 믿음과 율법이 어떻게 서로 조화될 수 있는가? 흔히 믿음만 필요하고 율법은 필요 없는 것처럼 생각하기 쉬운데 믿음으로 율법을 굳게 세운다는 바울의 말은 무슨 뜻인가? 우리는 율법이 아니라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 그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그러나 믿음으로 의롭게 된 사람은 동시에 율법에 순종하는 사람이다. 이제는 구원받기 위해서가 아니고 형벌이 두려워서가 아니고 사랑과 감격 때문에 자원해서 율법에 순종하는 것이다. 믿음으로 구원받은 사람은 동시에 하나님의 아들이 왜 자기를 위해 돌아가시지 않으면 안 되었는가를 아는 사람이다. 십자가야말로 하나님의 율법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온 우주에 천명한 것임을 아는 사람이다. 이런 믿음을 갖는 것이야말로 율법을 굳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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