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로부터 왔는가?
모든 권세가 다 하나님께로부터 나왔다면 독재자의 권력도 하나님께서 주셨단 말인가? 그리고 강포한 권력도 하나님께로부터 나왔다면 그것 때문에 생기는 모든 피해도 하나님께서 책임지셔야 되지 않는가? 불의한 권세에 순종하지 않는다 해서 그것이 하나님의 명을 거스리는 것이 되는가?
A. 본문의 말씀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그리스도인의 책임을 기록한 것 중 가장 중요한 구절이다. 본문의 요지는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로 부터 나왔기 때문에 성도들은 그 권세에 순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그 권세를 거스리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리는 것이므로 심판을 자취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다. 그러나 이 구절은 정부가 독재적인 권력을 행사하며 악을 행하고 성도들을 핍박할 때도 그 정부를 하나님께서 주신 것으로 생각하고 복종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낳는다. 바울이 로마서를 쓸 때의 권세는 로마의 권세를 말함으로 로마의 포악한 권세도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 된다. 성도들은 과연 그러한 불의한 정권에 순종해야 하는가?
B. 어떤 학자들은 이 부분(
13:1-7)이 로마서의 사상이나 앞뒤의 문맥에 맞지 않으므로 후대에 삽입된 것이 아닐까 의심한다. 즉
12장의 지극한 사랑과도 어울리지 않고
13:8 이하에 나오는 사랑과도 맞지 않는 이질적인 부분이라는 것이다. 로마서를 흐르고 있는 독특한 향기가 여기서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 (
13:1-7)을 악으로 악을 갚지 말고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평화하라는
12:17-18의 말씀과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12:21의 말씀에 연결되는 부분으로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질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혹자는 바울이 여기서 말한 권세란 세상적인 권세 즉 로마 제국이 아니라 그 정부 뒤에 있는 보이지 않는 하늘의 세력들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성경적 근거가 없을 뿐더러 불의한 권세의 뒤에 있는 권세란 결국 사단의 세력일 것이기 때문에 사단에게 복종하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또 다른 학자들은 권세란 후대에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한 불의한 로마제국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비교적 호의적이었던 그 당시의 로마를 말하는 것이며 불의한 권세에는 순교로 대항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역시 근거가 없다. 로마서를 쓸 당시에도 로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렇게 호의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C. 그렇다면
“위에 있는 권세들”이란 누구를 의미하는 것일까? 문자 그대로
“모든 권세” (
13:1)를 말한다고 본다. 그 권세가 선하든지 악하든지 구별 없이 모든 권세가 하나님께로부터 났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때와 기한을 정하시며 왕들을 폐하시고 왕들을 세우시”는 역사의 주인이시다. 역사상 어떤 불의한 권세라 하더라도 하나님의 허락 없이 세워진 정부가 없다. 다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 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들은 또한
“하나님의 사자” (
13:4)가 되어 어떤 일을 집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 불의를 일으키신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세금 받을 자에게 세금을 바치고 두려워할 자를 두려워하라고 바울은 말한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
마 22:21) 바치라고 하신 예수님의 교훈과 일치한다. 그러나 이 말씀이 하나님의 뜻과 반대되는 것에도 맹종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바울 자신도 나중에 로마의 요구를 거절하고 순교의 길을 택하였다.
D. 본문의 말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상황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도인들의 국가에 대한 태도는 흔히 적대적이 될 위험이 있었다. 상당수가 유대인인 그들은 그들을 압제하고 황제숭배를 강요하며 핍박하는 로마제국을 증오하였으며 하나님의 적으로 생각하고 기회만 있으면 대항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것들은 건전한 그리스도인의 국가관은 아니었다. 그리스도인들은 그
“시민권이 하늘에” (
빌 3:20) 있지만 현세에서의 의무나 질서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신약은 권력에 아부하는 헤롯당을 좋아 하지도 않지만 권력에 대항하는 열심당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굴복해야 할 권세가 하나님을 대적하고 무고한 사람을 괴롭히는 히틀러 같은 독재 정권이면 어떻게 할까? 히틀러 치하에서 본회퍼(Bonhoeffer)는 그 죄악의 원인을 찾아 내어 제거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반나치 지하 결사대에 가담하여 히틀러를 제거하려 했다가 체포되어 죽임을 당했다. 어떤 그리스도인은 그 환경을 피하여 미국으로 망명하였다. 상당수의 그리스도인들은 남아서 불의한 권세가 저지른 악의 상처들 을 치료하면서 봉사하였다.
어떤 것이 그리스도인의 참된 윤리라고 하나를 선택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그리스도인은 불의한 권세에 대해서도 증오와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또 다른 증오를 낳을 뿐 하나님의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폭력을 사용하는 대신 그리스도인들은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역사를 바꾸어 주시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역사의 주인에게 호소하는 그리스도인들의 기도가 어떤 동맹이나 파업보다 더 강력한 저항이 될 것이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굴복하라는 말씀은 모든 권세가 다 하나님께로부터 나왔다는 기독교의 역사관에 기인한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늘 시민이기는 하지만 이 세상에 살 동안에는 하나의 국민으로서 해야 할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것이 도저히 굴복할 수 없는 불의한 권세일 경우에는 그리스도인은 폭력이나 증오로 그 권세에 맞설 것이 아니라 역사의 주인에게 기도로 직접 호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