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 음행 때문에 결혼하는가? 바울은 독신주의자인가?
남자가 여자를 가까이 아니함이 과연 좋은 것인가? 결혼하여 남편과 아내를 두는 목적이 겨우 음행을 피하기 위해서인가?
고린도전서 7장에 나타나는 바울의 결혼관이 소극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바울은 독신주의자인가?
A. 결혼 문제에 대한 고린도 교회의 질문에 대하여 바울은
“남자가 여자를 가까이 아니함이 좋” 지만 음행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남자마다 아내를 두고 여자마다 남편을 두라고 권면한다. 또 한
“만일 절제할 수 없거든 혼인하라 정욕이 불같이 타는 것보다 혼인하는 것이 나으니라” (
7:9)고 말한다.
결혼의 목적이 겨우 음행을 피하기 위해서인가? 불같이 타는 정욕을 다스리기 위한 것인가? 바울의 결혼관이나 가정관이 그렇게도 피상적인 것인가? 바울은 또한
“내가 혼인하지 아니한 자들과 및 과부들에게 이르노니 나와 같이 그냥 지내는 것이 좋으니라” (
7:8)고 말하고 또한 처녀들이 결혼하지 않는 것이
“더 잘하는 것이니 그냥 지내는 것이 더욱 복이” (
7:38-40) 있을 것이라고 하여 독신주의를 주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바울은 과연 독신주의자였나?
바울 편지서에 보면 바울은 가정을 경시하기는 커녕 가정의 사랑을 중시하고 가정의 윤리를 소중히 여긴 것을 알 수 있다.
에베소서 5장을 보면 바울은 남편과 아내의 사랑을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랑에 비교하고 있으며 아가페의 숭고한 사랑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바울은 독신주의자가 아니며 바울의 그리스도인 결혼관은 성숙하고 높은 수준의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왜 위와 같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하였을까?
B. 우리는 바울의 진의를 알기 위하여 그 당시 고린도 교회가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 고린도 교회의 특수한 사정을 알아보아야 한다. 고린도 교회는 국제적인 무역도시로 향락과 쾌락이 판을 치는 타락한 도시였다. 특별히 성적인 타락은 말 할 수 없어서 고린도의 수호신인 아프로디테 (Aphrodite) 여신의 신전에는 1,000여 명의 공식 창녀들이 있어서 성적인 타락을 부추겼다고 한다. 이런 도시에서는 당연히 불륜과 이혼이 많고 깨져버린 불행한 가정이 많을 것이므로 고린도 교인들은 결혼과 성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독신주의가 공감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극도의 성적 문란이 고린도 교인들과 바울이 결혼에 대해 소극적인 생각을 가지게 하는 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C. 바울이 독신이 더 나은 것처럼 말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복음을 전파하려는 그의 열성에서 나왔다고 본다. 그는 현재 독신이었고 그가 만일 가정을 가진 가장이었다면 지금까지 한 것 같은 복음 전도를 도저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장가가지 않은 자는
“주의 일을 염려하여 어찌하여야 주를 기쁘시게 할꼬” 하되 장가간 자는 세상 일을 염려하여
“어찌하여야 아내를 기쁘게 할꼬” (
7:32, 33) 하여 그 마음이 나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복음 전파의 측면에서 바울은 독신을 선호하게 되었을 것이다.
D. 임박한 재림에 대한 생각이 바울로 하여금 결혼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갖게 하였을 것이다. 바울은
“때가 단축하여진 고로 이후부터 아내 있는 자들은 없는 자같이” (
7:29) 하라고 권면하고 있다. 재림을 눈앞에 둔 사람들에게는 결혼은 재림을 준비하는 데 장애를 가져올 뿐이었다. 이제는 있는 가정도 없는 듯이 살아야 할 때인데 새 삼 결혼을 하고 가정을 갖는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는 것이 바울의 생각인 것 같다. 바울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결혼하느냐 독신으로 사느냐 하는 것보다 우리의 삶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었다.
E. 그러나 바울은 결혼 문제에 있어서 자기의 생각을 결코 강요하지 않았다. 임박한 재림과 주의 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독신으로 사는 것이 더 좋겠다는 의견을 말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하나의 권고일 뿐이지 명령은 아니라고 밝힘으로 그것이 개인적 의견임을 분명히 했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을 수는 없는 것이므로
“각각 하나님께 받은 자기의 은사가 있으니 하나는 이러하고 하나는 저러하니” (
7:7) 각자 자기의 받은 은사대로 살 것이다. 장가가는 것도 죄 짓는 것이 아니요 처녀가 시집가도 죄 짓는 것이 아니지만 단지 그들이 당할 고난을 생각하여 안타까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처녀 딸을 시집 보내는 자도 잘하거니와 시집 보내지 아니하는 자가 더 잘하는 것이니라" (
7:38).
바울은 가정 생활이나 결혼 관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독신을 장려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재림이 임박한 이때 결혼이라는 족쇄로 말미암아 그들에게 임할 고통들을 생각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바울의 개념을 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린도 교회의 배경과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 극도로 문란한 도시 고린도는 성적인 타락이 최고에 달하여 신성한 결혼 관계가 깨졌고 결혼을 기피하는 그리스도인들도 생겼다. 바울은 결혼이 결코 죄가 아니지만 그것보다는 하나님의 영광과 사 업을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