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수께서는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침례”를 주라고 명령하셨다.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말씀이다. 그런데 왜 여기서는 이방인의 길로도 가지 말고 시마리아인의 고을에도 들어가지 말라고 하셨을까?
A. 이 장면은 예수의 초기 사역시 열두 제자를 두 명씩 파송하면서 하신 말씀이다.
마가복음 6:7~13와
누가복음 9:1~6도 열두 제자 파송 사건을 기록하고 있으나 마태보다 간단히 취급하고 있다. 오직 마태만이 이방인의 고을에 들어가지 말라는 이 배타적인 말씀을 기록하고 있다. 예수께서는 분명히 그들에게 이방인에게로 가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마태나 예수께서 민족적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마태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거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 (
24:14)고 말씀하셨으며, 가버나움의 백부장의 믿음을 칭찬하면서
“또 너희에게 이르노니 동서로부터 많은 사람이 이르러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함께 천국에 앉으려니와 나라의 본 자손들은 바깥 어두운 데 쫓겨나 거기서 울며 이를 갊이 있으리라”(
8:11, 12)고 말씀하신 분이다. 또한 예수께서는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도록 거듭거듭 당부하신 바 있으며(
마 28:19, 20; 행 1:8). 스스로도 사마리아에 가서 전도하셨다(
요 4장). 따라서 유대인들에게 먼저 복음을 전하라는 이 명령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겠다.
B.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
첫째로, 예수께서 열두 제자를 보내시며 이 말씀을 하셨을 때, 제자들의 파견 기간이 매우 짧았기 때문에 천국에 관한 복음을 듣기에 이미 준비된 사람들에게 전도 활동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었다. 짧은 기간에 그들은 이방인 지역은 물론 유대인들에게도 제대로 복음을 전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둘째로, 제자들은 아직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할 만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였다. 그들은 이방인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한번은 사마리아 사람들이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자 하늘에서 불이 떨어져 그들을 멸하기를 청하여 예수의 책망을 받은 일도 있었다(
눅 9:52-54).
셋째로, 구속사적 측면에서 보면 하나님에 관한 참된 지식이 먼저 이스라엘로부터 시작하여 전 세계에 퍼져 나가야 하였다. 왜냐하면 유대인은 언약의 백성이요 하나님의 말씀을 맡은 백성이기 때문이다(
롬 3:1, 2).
C. 이스라엘에 복음이 어느 정도 전파되자 복음은 땅끝까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예수께서 돌아가시기 직전에 찾아온 헬라인들을 만나신 사건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그들을 만나신 다음 예수께서는 한 알의 밀알이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셨다(
요 12:24). 말씀 그대로 십자가 이후에 복음은 불길처럼 전세계로 퍼져나가 많은 열매를 맺었다.
“이방인의 길로도 가지 말고 사마리아인의 고을에도 들어가지 말고 차라리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양에게로 가라”는 말씀은 민족적 편견이나 배타성에서 나온 말씀이 아니다. 짧은 기간 동안 제자들이 천국 복음을 전하기에는 이방인의 지역까지 가는 것이 적당치 않았다. 준비된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더구나 이때는 예수의 봉사 초기로 제자들은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준비 없는 노력은 어떤 때 오히려 좌절과 역효과만 가져올 위험이 있었다. 또 하나 구속사적인 큰 흐름에서 보면 유대인들에게 먼저 복음이 전파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