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 성경절

List
188. 술을 조금씩 먹어도 되는가?
성경절
문제
 그리스도인도 술을 취하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은 먹어도 된다는 근거로 쓰이는 성경절이다. 과연 바울의 이 말씀은 술을 조금씩 먹으라는 말씀인가?
해석
 A.

 성경에 나오는 오이노스(oinos)라는 단어는 발효되지 않은 순수한 포도즙을 의미하기도 하고 발효된 포도주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 당시에는 포도즙 보관법이 개발되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발효되어 포도주가 되었으며 따라서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옛 사람들의 지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앤드루 스 대학교의 박키옥키(Samuele Bacchiocchi)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포도 농사를 주업으로 하던 그 당시 사람들은 포도즙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고 한(Wine in the Bible (Berrien Springs, MI: Biblical Perspectives, 1989], 106-126). 그러므로 분명히 포도즙과 포도주가 따로 있었으며, 성경은 그 두 가지에 대한 언급을 달리하고 있다. 포도즙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재물의 축복을 의미한다(창 27:28; 신 33:28). 포도즙은 또한 메시야 시대의 축복을 상징하기도 하고(욜 2:19; 암 9:13; 렘 31:12), 하나님의 값없이 주시는 은혜를 나타낼 때도 쓰였다(사 55:1). 포도즙은 또한 하나님께 드리는 십일조나 제물에도 쓰였다(민 18:12; 신 14:23; 출 29:40; 레 23:13).


 B.

 그러나 발효된 포도주에 대한 성경의 말씀은 극히 부정적이다. “포도주는 거만케 하는 것이요 독주는 떠들게 하는 것이라 무릇 이에 미혹되는 자에게는 지혜가 없느니라” (잠 20:1). 잠언 23:20에는 술을 즐겨하는 자와... 더불어 사귀지 말라” 하였으며, 역시 잠언 23:29-31에는 재앙과 분쟁이 “술에 잠긴 자에게 있고”, “포도주는 붉고 잔에서 번쩍이며 순하게 넘어가나니 너는 그것을 보지도 말지니라” 고 하였다. 보지도 말라는 말보다 더 강력한 금지가 어디 있는가? 구약은 분명히 포도주를 정죄하고 있다. 포도주는 진리를 왜곡하고(사 28:7; 잠 23:33), 도덕적 능력을 저하시키며(창 9:21; 19:32; 합 2:15; 사 5:11), 육체적 병을 일으키며(잠 23:20, 21; 호 7:5; 사 19:14; 시 60:3), 또한 종교적 예배에 적합치 못하게 한다(레 10:9).

 신약도 술에 대한 금지는 분명하다. 예수께서는 누가복음 21:34에서 “방탕함과 술취함과 생활의 염려로 마음이 둔하여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친히 말씀하셨다. 또한 바울도 로마서 13:13에서 낮이 가까웠으니 “방탕과 술취” 하지 말라고 권면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의 술에 대한 태도는 명백하다. 그리고 예수께서 물로 만드신 것은 포도주인가 포도즙인가에 대한 대답은 자명하다. 성경 말씀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악하다고 말씀하신 것을 스스로 행치 않으신다. 성경은 술이 나쁘다고 확실하게 말하고 있다. 술은 방탕하게 하는 것이다.

 단 한 방울의 알코올도 우리 정신을 혼미케 하거나 성전인 우리 몸을 더럽히게 해서는 안 된다. 어떤 사람은 취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하지만 동의할 수 없는 이론이다. 도대체 무엇이 취하는 것이고 무엇이 취하지 않는 것인가? 술주정을 해서 정신을 잃어야만 취한 것이 아니다. 술이 우리 몸에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우리 몸은 비정상적인 반응을 보이고 알코올의 영향을 받아 취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거기에 모인 손님들이 먹도록 하나님의 아들께서 만들어 주신 것은 메시야 시대의 도래를 나타내는 축복의 포도즙이었지 사람의 몸에 해를 끼치는 포도 주가 아니었다.


 C.

 술을 즐기지 말라(딤전 3:8; 딛 1:7), 술 취하지 말라(엡 5:18; 롬 13:13), 혹은 술에 인박이지 말라(딤전 3:8)는 말이 술을 취하지만 않도록 조금씩은 먹어도 된다는 말씀인가? 그렇지 않다. 무엇이 술 취한 것인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여야 취한 것이고 그 전 상태는 취한 것이 아닌가? 혈중 알코올 농도 0.5부터 음주 운전에 걸린다면 알코올 농도 0.45는 취한 것이 아닌가? 술은 알코올이다. 알코올은 아무리 소량이 들어가도 우리 몸에 즉시 영향을 끼쳐 취하게 한다(intoxication). 술은 마약과 같다. 마약에 취하지 말라, 마약을 즐기지 말라, 마약에 인박이지 말라는 말은 적당히 먹으라는 말이 아니라 먹지 말라는 말이다. 술을 즐기지 말라는 헬라어 메 파로이돈(me paroinon)은 “술 곁에 접근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어쨌든 술을 즐기지만 않으면 된다고 주장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긴다.

 (1) 술을 먹는 목적이 무엇인가? 적든 많든 즐기려고 먹는다. 나는 전혀 즐기지 않고 약으로 먹는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2) 즐기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이론은 그 결과가 해롭거나 악한 것일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마약을 즐기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아무리 소량이라도 해롭기 때문이다. 당장 죽지 않아도 점점 그것에 빠져 들어가는 길을 열어놓기 때문이다.


 D.

 디모데에게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고 했기 때문에 술을 조금씩 먹는 것은 괜찮다고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그러나 본문의 말씀은 오히려 술을 전혀 먹지 말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1) 디모데의 병 때문에 포도주를 조금씩 약으로 쓰라고 했지 포도주를 마시라고 하지 않았다. 디모데의 병은 아마도 위장병이었을 것이고 적당치 않은 식수와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지역에서는 약간의 포도주를 물에 타서 소독하여 마시는 것이 상례였다.

 (2) 디모데에게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는 바울의 말은 역설적으로 그 당시 그리스도인들 에게는 포도주 마시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 었다는 강력한 증거이기도 하다. 술을 자기 마음대로 마실 수 있었다면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3) 바울은 그의 서신들에서 엄격한 절제생활을 강조하기 때문에 적당히 술을 마시라고 했다는 주장은 문맥에 맞지 않는다.
요약
 디모데의 자주 나타나는 병 때문에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고 한 바울의 조심스런 권면은 오히려 그 당시 그리스도인들이 전혀 술을 먹지 않았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술을 마음대로 마실 수 있었다면 약으로 조금씩 쓰라는 말은 필요없는 말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이 취하지 않을 만큼 술을 조금씩 마셔도 된다는 주장에 이 성경절을 사용하는 것은 성경 문맥에 맞지 않다.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