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성경절에 의하면 하나님은 아무도 시험하지 않으시고 시험을 당하지도 아니하신다. 우리가 시험받는 이유는 각각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로운 사람이 시험을 받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신실하게 살아온 한 신자가 자신의 외아들이 교통 사고로 죽는 시험을 당했다면 그것도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되어 당한 시험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 한 성경에는 하나님을 시험해 보라는 구절도 있는데(
말 3:10) 이것은 서로 모순되는 내용이 아닌가?
A. 성경에 단 하나의 시험만 있다고 생각하면 혼란이 생긴다. 하나님께서 아무도 시험하지 않으신다고 하셨으나 하나님께서 시험하신다는 구절도 있고, 시험은 우리의 욕심에서 생긴다고 하였으나 이유를 알 수 없는 시험도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네 종류의 시험이 나와 있다.
첫째로는 우리의 순종 여부를 알아보시려는 하나님의 시험(test)이다. 성경에는 하나님께서 사람을 시험하신다는 구절이 많이 나와 있다. 아브라함도 시험하셨고(
창 22:1), 빌립도 시험하셨으며(
요 6:6), 우리가 그분의 법도를 순종하는지의 여부도 시험하신다(
출 15:25; 16:4; 20:20; 신 8:2; 시 17:3; 139:23; 렘 17:10; 20:12). 이 시험은 출애굽기의 기록처럼(
20:20) 우리로
“경외하여 범죄치 않게 하려는” 시험이다. 의인을 시험하사
“그 폐부와 심장을”(
렘 20:12) 보시려는 시험이다. 하나님께서는 또
“나를 시험하여 내가 하늘 문을 열고 너희에게 복을 쌓을 곳이 없도록 붓지 아니하나 보라”고 하셨다(
말 3:10). 즉 이 시험은 상대에게 해를 끼치거나 유혹 (temptation)하려는 시험이 아니라 상대의 유의을 위하여 선의로 하는 시험(test)이다.
둘째로, 하나님께서 직접 주시지는 않지만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허락하시는 고통을 수반하는 시험이 있다. 이 죄악 세상에는 도처에 시련과 시험이 있다. 하나님께서 특별히 보호하시지 않으시면 우리는 그 시험을 피할 도리가 없다. 그러나 어떤 시험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르도록 허락 하셔서 우리를 단련하시는 도구로 사용하신다(
욥 23:10). 어떤 때는 우리의 그릇된 행실을 고치기 위해서도 시험을 허락하신다(
시 119:67), 하나님의 아들께서도 이 세상에 계실 때 시험을 받아 고난을 당하셨으며(
히 2:18) 그가
“아들이시라도 받으신 고난으로 순종함을” (
히 5:8) 배우셨다. 그러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시험은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우리에게 유익이 된다 (
시 119:71). 그야말로
“은같이 연단하며 금같이” 되도록 시험하시는 것이다. 이것이
“여러 가지 시험을 만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
1:2) 는 이유이다. 그러나
“인생으로 고생하며 근심하게 하심이 본심이 아니”시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우리로
“비록 근심케 하시나 그 풍부한 자비대로 긍휼히 여기실” (
애 3:32, 33) 것이며, 우리가
“감당치 못할 시험당함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
고전 10:13) 우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실 것이다.
셋째로, 사단이 주는 시험이 있다. 욥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시험은 악의에서 나오는 시험이다. 사람을 견딜 수 없는 시험에 빠뜨려 하나님을 원망하고 떠나게 하려는 것이 사단이 사람을 시험하는 목적이다. 그것은 가장 비정하고 무서운 시험이다. 이 시험은 욥의 경우처럼 항상 고통을 수반하지는 않는다. 어떤 때는 달콤하고 저항하기 힘든 유혹의 형태로도 온다. 예수께서 받으신 갖가지 형태의 시험은 아마도 사단으로부터 직접 왔을 것이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전적으로 그에게 순종하지 않는 사람은 사단의 시험에서 승리할 수 없다. 그래서 하나님의 아들께서도
“받으신 고난으로 순종함을” (
히 5:8) 배우셨다.
넷째로 자기 욕심에 끌려 스스로 미혹되어 생기는 시험이 있다(
1:14). 욕심이 잉태하여 죄를 낳고(
1:15) 돈을 사랑하는 것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는 것이다(
딤전 6:10). 자기의 부절제한 생활로 병에 걸리는 것도 이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야고보서 1:13, 14의 시험은 네 번째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시험이 다 사람의 욕심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며 의인에게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고난이 많이 있다(
시 34:19). 죄악 세상에 살기 때문에 피할 수 없이 밀려오는 시험이 있으며 아울러 욥의 경우처럼 사단이 주는 시험 때문에 당하는 고통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