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택하심을 받은 바벨론에 있는 교회”란 어느 교회를 말하는 것일까? 바벨론에 교회가 있었는가?
A. 베드로가 베드로전서를 기록한 장소에 대한 문제이다. 몇 가지 추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대부분의 사본에는
“바벨론에 있는 교회” 라는 말의 헬라어 원문에 교회라는 말이 없고 단지 여성 정관사만 있기 때문에 이것은 바벨론에 있는 교회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바벨론에 있는 여자”가 문안한다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즉 베드로의 부인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9:5). 그러나 여성 정관사만 써서 자기 부인을 말한다는 것은 예를 찾기 힘든 것으로서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것은 실제의 교회를 가리키는 것이 틀림없다고 말한다.
둘째는 실제의 바벨론이라고 보는 생각이다. 바벨론은 멸망했지만 포로 시대 이후 남아 있는 유대인들이 있었고 베드로가 그들을 위해서 전도하면서 이 편지서를 썼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도마가 바벨론에서 전도했다는 전설은 있으나 베드로가 그곳에 갔다는 기록은 없으며 바벨론에 교회가 세워졌다는 어떤 기록도 없기 때문에 이 설은 근거가 약하다. 더구나 그 당시 전도의 방향은 세계의 중심인 로마 쪽이었지 멸망해 버린 바벨론 쪽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셋째로는 바벨론이 그 당시 애굽의 한 지역을 가리킨다는 주장이다. 나일강 유역에 유대인들이 많이 이주해 살고 있는 한 전초 기지가 있었고 그 곳을 바벨론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곳은 한 기지에 불과했고 베드로가 머물며 교회를 세울 만큼 전도의 중심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역시 신빙성이 떨어진다.
B. 가장 확실한 설명은 바벨론이 로마의 별명이라는 학설이다. 이 설명은 몇 가지 점에서 증거가 있다.
첫째, 혼돈을 나타내는 바벨론이라는 말은 일세기 유대인과 그리스도인 사회에서 타락과 우상숭배의 중심지인 로마에 대한 상징적 칭호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베드로가 그의 말년을 로마에서 보내며 전도하다가 로마에서 순교했다는 초기교회의 수많은 전승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셋째, 베드로가 지금 바벨론에 함께 있다고 말하는 마가가 로마에 있었다는 기록이 성경에 나오기 때문이다(
골 4:10; 몬 1:24).
C. 로마에 교회가 있었는가? 큰 교회가 있었음에 틀림없다. 당시 로마는 세계의 수도이었으며 인구 80만의 대도시였다. 그리고 적어도 약 40,000명에서 50,000명의 유대인들이 로마에 살고 있었다고 추산된다. 요세푸스의 기록에 의하면(Josephus Antiguities
17:11) 알렉산드리아의 필론(Philo) 일행이 황제에게 탄원하기 위하여 로마에 도착했을 때 로마에 살고 있는 약 8,000명의 유대인 남자들이 그 일에 동조하여 함께 가담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로마교회는 누가 세웠을까?
첫 번째, 베드로가 설립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설은 천주교가 주장하는 학설로 이레내우스(Irenaeus, AD 180)가 바울과 베드로를 로마 교회의 설립자라고 기록했으며 유세비우스(Eusebius)도 베드로와 바울이 로마에서 순교했다고 기록한데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성경적인 근거는 희박하다. 바울은 남이 세운터 위에 건축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롬 15:20) 만일 베드로가 설립자였다면 로마서를 기록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로마서 16장의 긴 문안 인사에도 베드로의 이름은 포함되지 않았다.
두 번째는, 로마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이 세웠을 가능성이다. 로마의 폼페이 장군이 BC 63년에 팔레스타인에서 많은 유대인 포로들을 끌어 왔으며 그중에서 상당수가 자유인이 되어 로마에서 살았다. 따라서 회당도 있었을 것이며 로마가 그 당시 세계의 중심이었기 때문에 이방인 개종자들도 많이 살았을 것이다(
롬 15:14-16). 그러므로
사도행전 2:10에서 본대로 오순절 때 성령의 충만한 능력을 본 사람들이 로마로 돌아가서 세운 교회일 가능성이 많다.
베드로가 베드로전서를 쓴 바벨론이라는 곳은 당시의 로마를 가르키는 말이었다. 베드로 당시 실제 바벨론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으며 로마야말로 초기교회가 바벨론이라고 불렀던 악하고 혼란한 도시였다. 더구나 베드로가 말년에 마가와 함께 로마에서 전도했다는 많은 전승이 있다. 로마에는 노예에서 자유롭게 된 많은 유대인들이 살고 있었으며 예수를 믿게 된 이방인 그리스도인들도 많아서 상당히 큰 교회가 있었으리라고 생각된다.
로마서 16장에 나오는 문안 명단만해도 그 당시 로마 교회의 크기가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