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교회는 무엇을 말해 주는가? 소아시아의 일곱 교회가 각 시대를 대표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근거는 무엇인가?
A. 여기에 언급된 일곱 교회는 요한 당시 소아시아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던 교회다. 바울의 전도 활동으로 기초가 놓여졌을 이 교회들은 요한이 생애의 말년에 돌보았고 사랑한 교회이기도 하다. 일곱 교회에 보낸 기별은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어 수신자와 발신자가 나타난다. 신약의 다른 편지서와의 차이점은, 발신자인 그리스도가 수신자의 영적 상태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그 다음에 칭찬 받을 만한 수신자의 영적 상태가 묘사되어 있고 책망과 견책도 뒤를 따른다. 그 다음 회개하라는 호소와 아울러 이기는 자에 대한 보상이 약속되어 있다.
에베소, 서머나, 버가모, 두아디라, 사데, 빌라 델비아, 라오디게아는 요한 당시 소아시아에 있던 실제 교회들이고 편지도 실제 그 교회들에 보내져 회람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요한계시록이 미래에 일어날 일을 요한에게 미리 보여 주신 책이기 때문에 일곱 교회들은 그 시대뿐만 아니라 요한의 시대부터 세상 끝까지 일어날 각 시대 교회들의 특성을 예언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일곱 교회가 일곱 시대를 대표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논쟁들이 있지만 맥스웰의 책
요한계시록 연구에 기록한 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맥스웰,
요한계시록, 141-143).
(1)
다니엘 2장의 신상이 느부갓네살의 때로부터 세상 끝 날까지의 세상 역사를 상징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것이 성경의 해석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한 요한계시록 해석의 열쇠가 된다. 우리가
다니엘 2장의 해석을 인정 한다면 요한계시록의 전반부 즉 역사적인 부분을
취급하고 있는 일곱 교회, 일곱 인, 일곱 나팔 등을 기록자의 시대로부터 세상 끝까지의 각 시대를 상징한다고 보는 것은 자연스럽다.
(2) 일곱 교회에 보내는 편지는 분명히 미래 예언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2:10에서 서머나 교회에게 말씀하기를
“네가 장차 고난을 받을 것” 이라 하였고,
3:10에서는 빌라델비아 교회에게
“내가 또한 너를 지키어 시험의 때를 면하게 하리니 이는 장차 온 세상에 임하여” 라고 하였다.
(3) 서머나 교회는 10일 동안 환난을 당하리라는 경고를 받았는데(
2:10) 그것이 단지 열흘을 가리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10일은 예언적으로 계산해서 10년이 되는데, 한 교회만 10년 동안을 핍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서머나 교회를 한 시대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해석하여 서머나 교회 시대에 있었던 10년 동안의 핍박을 생각하면 문제가 풀린다(AD 303-313).
(4) 실제로 소아시아의 일곱 교회는 모두 10년 (AD 303-313) 동안 계속되었던 디오클레티아 누스의 박해를 당하였다. 만일 일곱 교회가 당시의 소아시아 실제 일곱 교회만을 나타낸다고 하면 왜 이 경고가 모든 교회에 나타나지 않는가? 그것은 박해가 서머나 교회라는 장소가 아니라 서머나 교회 시대라는 시대에 왔기 때문이다.
(5) 그리스도가 속히 오신다는 약속은 여섯 번째 교회인 빌라델비아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만 나타난다. 특별한 재림 운동의 시대를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6) 그러나 일곱 교회가 일곱 시대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해서 라오디게아 교회 외에는 우리와 상관 없는 기별인 것은 아니다. 요한이 일차적으로는 이 편지들을 소아시아의 일곱 교회에 보냈 을 것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일곱 교회의 기별은 각각 오늘날 우리들에게 해당 되는 말씀이다. 에베소 교회의 기별은 첫사랑을 버린 우리들에게
“어디서 떨어진 것을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는 권면이요, 버가모 교회에 보내는 기별은 극히 세속적인 세상에 살면서 발람의 교훈에 빠지기 쉬운 우리들에게 주시는 경고다. 그러므로 일곱 교회가 시대성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엄격히 구별하여 그 시대의 기별은 그 시대에만 해당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 당시 소아시아에 일곱 교회가 동시에 존재했듯이 일곱 교회에 보내는 권면과 경고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동시에 해당되는 말씀임을 깨달아야 한다.
B. 첫사랑의 교회,
에베소(Ephesus) 교회는
“바람직하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수고와 인내에 대해 칭찬을 받지만 그 첫사랑을 버린 것에 대해 책망을 받는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는 이 교회에,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고 권고 하신다(
2:1-7). 몰약(myrth)이라는 뜻을 가진 서머나(Smyna) 교회는 환난과 궁핍을 당하겠지만 실상은 영적으로 부요한 교회였다. 그들은 환난을 받을 것이지만 죽도록 충성하면 생명의 면류관을 얻을 것이다(
2:8-11), 에베소 교회가 1세기 사도 시대의 아름다운 초기교회를 상징한다면, 서머나 교회는 곧 이어 환난을 당하는 2, 3세 기의 고난의 교회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겠다.
버가모(Pergamum)는 아시아도의 정치적 중 심지임과 동시에 종교적으로는 황제 숭배의 중심지이기도 하였다. 버가모 교회는 사단의 보좌가 있는 곳에 살면서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충성스러운 교회였다. 그러나 발람과 니골라당의 교훈을 지키는 자들이 있어 책망을 받았다. 버가모교회에 보내는 기별은 교회가 정치적 세력을 업고 극성하게 되었으나 급속하게 타락의 길을 걸었던 4-6세기의 교회의 상태를 묘사한다고도 볼 수 있으며 세속적 세력과 타협하고 변질되어 가고 있는 오늘날 교회들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기도 하다. 이 교회는 회개하지 않으면 그리스도께서
“속히 임하여 내 입의 검으로 그들과 싸우리라”는 경고를 받는다.
C. 수고의 향기(sweet savor of labor) 혹은
“고난의 희생” 이라는 뜻이 있는
두아디라(Thyatira)는 자줏빛 옷감의 산지로 유명한 도시였다(
행 16:14). 하나님의 아들은
“불꽃” 같은 눈으로 그들의
“사랑과 믿음과 섬김과 인내” (
2:18, 19)를 바라보셨다. 그러나 이 교회는 간교한 이교 사상을 의미하는 이세벨을 받아들여 행음하였기 때문에 책망받았다. 그러나 이 교훈을 받지 않고 진리를 굳게 잡는 자들에게는
“새벽 별” 이 약속되어 있었다. 시대적으로는 6-16세기에 이르는 중세 암흑 시대의 교황권의 극성과 하나님의 백성들에 대한 핍박이 묘사되어 있으며 그런 현상은 역사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사데(Sardis)
교회는
“살았다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교회였다. 이 교회는 번영하는 것같이 보였으나 하나님 앞에서 그 행위가 온전치 못하였다. (
3:1-3). 그러므로 회개하라는 강력한 권면을 받고 있다. 시대적인 연속성으로 보면 중세의 암흑 시대 이후 종교 개혁 시대에 해당된다(16- 18세기). 종교 개혁은 처음에는 크게 성공하는 듯이 보였으나 곧 신학과 교리 논쟁으로 처음의 순수성과 활력을 잃어버리면서 그 생명력을 상실하였다.
D. 빌라델비아(Philadelphia)
교회는 그 이름의 뜻대로 형제 사랑의 교회요 열린 문의 시대였 다. 19세기 경건과 능력의 부흥과 함께 물밀 듯이 복음이 전파되었다.
라오디게아(Laodicea)
교회는
“심판 받은 백성” 또는
“의로운 백성”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차지도 않고 더웁지도 않는 하나님께서 토하고 싶으신 미지근한 교회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부요하다고 생각하고
“가난한 것과 눈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이 교회를 버리지 않으시고 사랑하셔서 그들이 그리스도께로부터 불로 연단한 금을 사서 부요하게 하고 흰옷을 사서 입어 벌거벗은 수치를 보이지 않게 하고 안약을 사서 눈에 발라 보게 되기를 원하시며 문을 두드리고 계시는 교회다. 시대적으로 라오디게아 교회는 그리스도 재림 직전의 교회다.
일곱 교회는 요한 당시 소아시아에 있던 실제의 일곱 교회다. 따라서 일곱 교회에 보내는 기별은 일차적으로 그 당시의 일곱 교회에 해당되는 메시지다. 그러나 요한계시록이 예언의 책이기 때문에 다니엘서의 신상이 각 시대를 대표하듯이, 신약 시대 이후 각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적 의 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