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든 죄가 다 용서받을 수 있다고 알고 있다. 실제로 성경은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저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시하시며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케 하실 것이요”(요일 1:9)라고 약속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성령을 거역하는 죄가 무슨 죄이기에 용서받을 수 없는가?  A.
 우리를 용서하기 위해 생명까지 바치신 분의 입에서 용서받지 못할 죄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은 실로 두려운 일이다. 자백하기만 하면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케 하실 것” (요일 1:9)이라고 약속하셨는데 도대체 무슨 죄이기에 용서받지 못한단 말인가? 인자를 거역하면 용서를 받을 수 있으나 성령을 거스르면 용서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인자와 성령은 서로 차이가 있다는 말인가?
 바클레이 (W. Barclay)를 비롯한 상당수의 학자들은 여기의 인자를 단순히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해석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즉 “누구든지 말로 사람을 거역하면 사하심을 얻되 누구든지 말로 성령을 거역하면 이 세상과 오는 세상에도 사하심을 얻지 못하리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신약에서 예수께서 인자라고 말씀하셨을 때 그것은 예외 없이 일반 사람이 아니라 예수 자신을 가리키는 독특한 용어로 쓰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자는 예수 자신을 가리킨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 스텐달(K. Stendahl)이나 보링 (M. E. Boring) 같은 학자들은, 인자를 거역하는 자들은 불신자들이요 성령을 거역하는 자들은 성령을 체험한 그리스도인들을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즉 불신자들은 나중에 회개하고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면 죄사함을 받을 수 있지만 성령의 역사를 체험하고도 다시 거역하는 사람들은 용서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도 그리스도인의 회개와 용서의 가능성을 막아버리게 되므로 타당하다고 볼수 없다.

 B.
 우선 말로 인자를 거역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살펴보자. 마태복음 12:32은 12:31의 대구가 되기 때문에 인자를 거역한다는 것은 “사람의 모든 죄와 훼방”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복음의 내용이 인자이기 때문에 인자를 거역하는 것은 복음을 거역하는 것이며, 그러면 인간은 죄와 훼방 속에 거하게 된다. 인자를 거역하는 죄, 즉 복음을 거절하는 죄까지도 회개하고 돌아오면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령을 거역하면 사하심을 받지 못한다.

 C.
 그렇다면 성령을 거역하는 죄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도대체 성령께서 무슨 일을 하시기에 그를 거역하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가 되는가? 올바른 해석을 위해서는 성령이 하시는 일을 알 필요가 있다. 성령을 소개하면서 예수께서는 “그가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시리라”(요 14:26)고 하셨으며, “그가 와서 죄에 대하여, 의에 대하여, 심판에 대하여 세상을 책망하시리라” (요 16:8)고 하셨고.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가 너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리니 그가 자의로 말하지 않고 오직 듣는 것을 말하시며 장래 일을 너희에게 알리시리라”(요 16:13)고 하셨다. 따라서 이런 성령이 하시는 일, 즉 생각나게 하고 책망하고 알려주는 모든 성령의 역사를 거역한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모든 영적 호소를 거절하고 떠나는 것이 된다. 다시 말해서, 회개 자체를 거절하는 것이다. 성령을 거역한다는 것은 성령께서 하시는 회개의 호소를 거역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용서받지 못하는 죄는 회개하지 않는 죄뿐이다. 사람이 성령의 거듭되는 호소를 거역하기를 반복하면 마침내 마음은 굳어지고 성령의 호소도 지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며 회개할 수도 없게 된다. 따라서 그는 용서받을 수도 없고 마침내 이 세상과 오는 세상에서도 구원을 얻지 못하게 된다.  성령을 거역한다는 것은 성령의 역사를 거역한다는 말이다. 즉 “생각나게 하고 책망하고 알려주는” 성령의 회개하라는 모든 호소를 의도적으로 거절하고 떠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회개 자체를 거절하는 것이다. 성령의 거듭되는 회개의 호소를 묵살하면 마침내 우리는 성령의 호소를 들을수 없게 되며 회개할수 없고용서받을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