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학자들은 예수께서 물고기 입에서 돈을 얻는 마술 같은 일을 하실 리가 없다고 생긱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비유인가? 만일 비유가 아니고 사실이라면 왜 그렇게 하셨을까?
A. 많은 주석가들은 이 이야기를 해석하는 데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기적을 아끼시는 예수께서 단돈 한 세겔 때문에 이런 기적을 행하셨을까? 바클레이(Barclay)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이야기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1) 물고기 입에서 돈을 얻는다는 것은 열심히 일해서 수입을 얻어야 한다는 성경의 가르침에 맞지 않는다. 베드로에게 그만한 돈이 있을 것임에도 구태여 물고기 입에서 돈을 얻는 기적을 베푸실 리가 없다.
(2) 또한 예수께서는 결코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기적을 행하지 않으셨는데, 성전세를 내기 위해서 기적을 행하신 것은 예수님의 행위로서 적당치 않다.
(3) 자기가 당연히 내야 할 것을 물고기 입에서 얻어낸다는 것은 비도덕적이다.
몇 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이 이야기는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바다로 가서 낚시로 고기를 잡아 팔아서 성전세를 내라는 말을 유머스럽게 묘사한 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는 예수께서 다음과 같은 뜻으로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베드로야 저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세금을 내기는 내야겠구나. 할 수 없다. 바다로 가서 고기를 잡아라. 열심히 일해서 고기를 팔아 한 세겔을 벌면 그 돈으로 성전세를 내 라.” B. 그러나 일부 학자들의 이러한 해석은 일견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성경 해석상 여러 가지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전체 배경에 대한 깊은 숙고 없이 그 사건 하나만을 해석하려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예수님의 기적을 우리가 선택적으로 비유로 해석할 수 있다면 많은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5,000명을 먹이신 사건도 각자 도시락을 꺼내 먹은 것의 유머스런 표현일뿐이라는 주장도 나오게 될 것이다.
먼저 문맥을 살펴보면 예수님과 베드로가 가버나음에 들어가시자 성전세를 받는 자들이 베드로에게 예수께서 성전세를 내야 한다고 요구하였다. 성전세는 국가에 내는 세금이 아니고 종교적인 것으로서 모든 유대인들이 성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매년 바치도록 되어 있었다. 성전세 내기를 거절하는 것은 하나님의 전에 대한 불충죄로서 랍비들은 이것을 매우 무거운 죄로 간주하고 있었다. 베드로는 그것이 두려워 예수님과 상의도 하지 않고 성전세를 내신다고 대답해 버렸다.베드로는 그들의 진의를 몰랐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의 요구에 들어있는 교묘한 함정을 알고 계셨다.
C. 성전세는 모든 유대인들이 내야 했지만 특별히 면제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은 성전 봉사를 수행하는 특별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성전세가 면제되었다. 선지자로 인정될 때에도 역시 면제를 받았다. 성전의 주인이시요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께서는 당연히 세가 면제되어야 했다. 그러나 랍비들은 선지자나 하나님의 아들로서 예수님의 당연한 권리를 공공연하게 무시하고 일개 평범한 사람처럼 취급하기로 작정했다.
만일 예수께서 성전세 내기를 거절하면 그는 이 물고기를 통하여 나타났다. 우선 베드로가 확신을 얻었을 것이다. 그리고 베드로를 통하여 이 성전에 대해 불충스러운 자로 인정받을 것이요, 만일 세를 바치면 예수는 선지자도 아니요 메시야도 아니라는 그들의 주장이 만천하에 정당화되는 것이다. 얼마 전에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16:16)이라고 고백했던 베드로는 예수님의 신분을 설명할 좋은 기회를 놓쳐버렸다. 성전세를 바치겠다고 함으로 그들의 주장을 시인한 것이 되고 말았다.
D. 예수께서는 사태를 모두 알고 계셨다. 그분은 베드로를 책망하지는 않으셨지만 이렇게 물으셨다.
“시몬아 네 생각은 어떠하뇨 세상 임금들이 뉘게 관세와 정세를 받느냐, 자기 아들에게냐, 타인에게냐”,
“타인에게니이다.” 베드로가 대답하였다. 그때 예수께서는
“그러하면 아들들은 세를 면하리라”고 말씀하셨다.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이 성전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면세된다면 성전이 그 아버지의 집이 되는 예수님은 두말 할 것 없이 면세되어야 할 것이었다. 만일 예수께서 아무런 일도 안 하고 성전세를 바쳤다면 그들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 되었을 것이다.
예수께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몇 가지 조치를 취하셨다. 우선 하나님의 아들은 면세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셨다. 그리고 베드로가 약속한 대로 성전세를 내라고 허락하셨다. 그것은 부당한 요구였지만 유대인들의 적개심을 일으키지 않기 위하여 그렇게 하셨다. 그러나 성전세를 내는 방법은 예수님의 신성을 드러내는 독특한 것이어야 했다. 물고기 입에 성전세를 준비해 놓으심으로써 예수께서는 자신이 천지를 창조하고 삼라만상을 주관하는 하나님의 아들임을 명백히 드러내셨다. 감추어졌던 그의 신성이야기는 온 제자들에게 알려지고 마침내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서 그들에게 주께서 하나님의 아들이고 메시야임을 확신시켜 주었을 것이다.
물고기 입에서 나온 돈으로 성전세를 내신 이 이야기는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또는 일부 학자들의 배석처럼 풍자적인 해석을 할 것도 아니다. 그것은 예수님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지도자들의 치밀한 계산과 그것을 간파하신 예수님의 적절한 응답이었다. 성전세를 물고 등장한 물고기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동화의 등장 인물이 아니라 애수께서 창조주이고 하나님의 아들임을 드러내는 대쟁투의 심부름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