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인을 속인 청지기가 칭찬을 받는가?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A. 이것은 해석하기 어려운 비유이다. 주인의 소유를 허비하고 자기 장래의 안일을 위하여 주인을 속이기까지 한 옳지 않은 청지기를 주인이 칭찬까지 하였다는 비유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더구나 예수는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고까지 말하였다(
16:9). 이것은 마치 부정직하게 얻은 재물을 사용하여 친구들을 사귀는 것이 장래를 도모하는 지혜로운 처세술이라는 것처럼 들려 예수의 말씀으로는 부적절하게 여겨진다. 또한 이어서
누가복음 16:10에서는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 지극히 작은 것에 불의한 자는 큰 것에도 불의 하니라”고 말함으로 불의한 청지기가 칭찬을 받은 앞 절과는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B. 먼저 이 비유를 말한 배경을 살펴보는 것이 순서이다. 누가, 누구에게, 어떤 환경에서, 무슨 목적으로 말하였는지에 따라서 그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전 장에서(
15장) 연속적인 세 가지 비유를 통하여 잃은 자를 찾기 원하는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말한 예수께서는
16장에서는 두 가지의 비유를 통해 올바른 재물의 사용에 대해 교훈을 준다. 이 비유는 제자들에게 말하신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바리새인들을 비롯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함께 있었던 것 같다 (
16:14). 또한 바리새인들이 이 비유를 듣고 비웃은 것으로 보아 그 당시 바리새인들의 재물관과는 상치되는 말인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떤 교훈을 주려고 이 비유를 말씀하셨을까?
C. 이 비유에서 청지기는 부정직한 방법을 통 해서라도 자신의 안일을 도모하려고 하는 전형적으로 세속적인 사람이다. 청지기는 자기의 비리 사실이 드러나자 주인에게 해고당할 것을 염려하여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하여 주어서 해고당한 뒤의 자신의 장래를 대비하였다. 그런데 이 비유를 보면 주인이 그 청지기의 지혜를 칭찬하였다 고 되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주인이 칭찬한 것은 청지기의
“행동”이 아니라 장래를 대비하는 그의
“지혜”라는 것이다. 따라서 예수는 이 비유에서 청지기의 부정직함이나 약삭빠른 것을 좋다고 한 것이 아니다. 단지 장래를 대비하는 그의 현명함에 대해서만 말한 것이다. 세속적인 사람 들도 지혜롭게 장래를 위해 대비하는데 빛의 아들들이 오히려 미래를 위해 준비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한 말이다. 그러므로 이 비유도
“불의한 청지기” 의 비유라고 할 것이 아니라
“지혜로운 청지기의 비유” 라고 해야 할 것이다.
D. 그러므로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는 말도 부정직하게 번 돈을 친구 사귀는데 쓰라는 말이 아니다. 성경은 이 세상 자체를 불의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세상의 재물도 결국 불의한 재물이다. 따라서 불의한 재물은 이 세상의 재물과 이익들을 의미하고, 친구를 사귀는 것은 미래를 위한 준비를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세상의 재물을 비롯한 모든 세속적인 것들도 미래를 위하여 준비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빛의 아들들 이 할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극히 작은 것 즉, 세상 재물을 사용하는 것에 충성되면 큰 것 즉, 영원한 것에도 충성될 것이요, 작은 것에 불의하면 큰 것에도 불의할 것이다(
16:10), 이 세상 재물도 충실히 사용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더 크고 영원한 소유를 맡길 수 있겠느냐?(
16:11) 너희가 너희에게 일시 맡겨진 세상 재물도[남의 것]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영원한 것들을 너희에게 줄 수 있겠느냐?(
16:12) 비록 이 세상 재물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지혜로운 태도라 는 말씀이다.
E. 불의한 청지기의 비유의 총결론으로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집 하인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나니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게나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김이니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느니라." 그러므로 한 하인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는 것처럼 재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동시에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 세상의 재물은 오직 하나님을 사랑하고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일에 쓰여져야 한다는 말씀이다.
불의한 청지기의 비유는 재물에 대한 두 비유 중 첫 번째 것으로서, 불의하게 살아가는 세속적인 이 세상 사람들도 지혜롭게 장래를 위해 대비하는데 하물며 빛의 아들들인 하나님의 자녀들이 일시 맡겨진 세상의 재물을 자신의 안락과 쾌락만을 위해 사용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세상의 재물까지도 자신과 이웃의 영원한 구원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돈을 사랑하는 바리새인들은 이 말을 듣고 비웃었다. 그러나 하나님과 재물은 동시에 섬길 수 없는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