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옷을 팔아 검을 사라는 예수의 말씀은 평소의 그의 가르침과 다르다. 무슨 뜻으로 그렇게 말하셨을까?
A. 이 이야기는 오직 누가복음에만 기록되어 있는 난해절이다. 왜 겉옷을 팔아서라도 검을 사라고 하였을까? 유대인에게 겉옷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그것은 낮에는 외투로 쓰이고 밤에는 이불로 사용되는 생활 필수품이었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것을 팔아 검을 사라는 것은 그만큼 무엇인가 급한 상황을 나타내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검을 사서 무력을 행사하라는 말씀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말을 하시고 몇 시간 후 베드로가 검으로 대제사장의 종 말고의 귀를 상하게 했을 때 예수께서는 그 상처를 고쳐 주시면서 검을 쓰는 것을 책망하셨다.
“검을 가지는 자는 다 검으로 망한다(마 26:52)” 는 것이 그가 한 말씀이었다. 그렇다면 왜 검을 준비하라고 하시고 제자들이
“여기 검 둘이 있나이다” 하니
“족하다”(
22:38)고 하였을까?
B. 어떤 구절의 참 뜻을 알기 위해서는 그 배경을 살펴보아야 한다. 누가복음에 의하면 이것은 마지막 만찬장에서 한 말 중의 일부이다. 예수께서는 복음 전파를 위해 제자들을 파송하셨을 때를 회상시키신다. 그때는 사람들이 예수와 제자들에게 호의적이어서 전대도 신도 없이 돌아 다녔어도 부족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복음에 적대적이 될 것이요 핍박이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복음을 전하는 데 많은 준비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검을 사라는 말씀도 나오게 된다. 이 말씀의 의미는 무엇일까?
C. 몇 가지의 해석이 있다.
(1) 문자 그대로 해석하여 지금부터는 아무도 도와 줄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칼을 차고 자기를 지켜야 한다는 뜻으로 보는 방법이다.
(2) 영적으로 해석하여 성령의 검을 준비하라는 말씀이다.
(3) 적의와 핍박에 지혜롭게 대처하라는 뜻이다. 이중에서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은 예수님의 비폭력주의 가르침과 일치하지 않으므로 채택될 수 없다. 예수께서는 한 번도 폭력을 정당화한 일이 없으며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했고 원수가 오른 뺨을 치면 왼쪽 뺨도 돌려대라고 가르쳤다(
마 5:39). 검이 두 개 준비되었다는 제자들의 말에
“족하다”고 한 것도
“잘했다. 그만하면 충분하다.”는 뜻으로 칭찬한 말씀이 아니라, 참 뜻을 모르는 제자들에 게
“이제 그 이야기는 그만 하자. 이것으로 충분하다.” 의 뜻으로 말하였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 말의 참된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예수께서 마지막 날 밤에 이 말씀을 한 것은 십자가 수난 이후 제자들에게 몰려올 절망과 핍박을 미리 예견하고 상황이 급작스럽게 어려워지더라도 담대하게 준비하여 대처하라는 교훈을 그들에게 주신 것이다. 따라서 검도 실제의 검이 아니라 그런 날카로운 환난과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해 두라는 당부로 보아야 할 것이다. 과연 예수께서 승천한 후 제자들은 그들의 모든 것을 팔아 담대하게 복음을 전파하고 조금도 굴복 하지 않았다.
헤롯 대왕이 죽자(BC 4) 그의 유언에 따라 마지막 저녁때 한 이 말씀은 이제 상황이 악화되었기 때문에 각자 스스로 환난과 핍박에 준비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그러므로 여기서 준비하라는 검은 실제의 검이 아니다. 그것은 환난과 핍박을 뚫고 나갈 용기의 검, 믿음의 칼을 의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