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 성경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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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포도주인가 포도즙인가?
성경절
문제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예수가 물로 만든 것은 포도주인가 포도즙인가? 만일 포도주라면 술을 금지하고(잠 20:1; 23:29-35), 사람이 모든 일에 절제하기를 원하는(고전 3:16; 9:25) 창조주가 술을 만들어 권하는가? 예수께서 만드신 것이 포도즙이라면 왜 연회장이 그걸 구분하지 못하고 좋은 포도주라고 칭찬하였을까? (2:10). 이 성경절이 그리스도인도 술을 먹을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는가?

 오늘날 술이 사람에게 끼치는 도덕적, 육체적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술만큼 인간을 타락하게 하고 가정을 파괴하는 것이 없다. 술은 실로 영적인 삶의 최대 적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술에 대해 관대한 생각을 갖는 이유가 무엇일까? 과연 성경에 나오는 포도주는 다 술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리고 성경 시대의 사람들은 다 술을 마셨으며 보편적인 것이었는가? 술은 취하지 않고 적당히 마시면 과연 괜찮은 것인가?
해석
 A.

 가나의 혼인 잔치 기사를 보면 마리아는 이 잔치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었던 것 같다. 포도주가 떨어졌을 때 그녀가 난처해 한 것을 보면 잔치 준비의 어떤 책임을 맡고 있었을 것이고, 아마도 예수님과 마리아의 친척의 결혼식이었을 것이다. 유대인의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지는 것은 여간 난처한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신랑, 신부에게 굉장한 수치였다. 그래서 마리아는 이 곤란한 문제의 해결을 예수께 의뢰한 것으로 보인다.

 마리아의 말에 대한 예수님의 반응을 보면 그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마리아는 그의 아들 예수의 능력을 깊이 신뢰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예수님의 냉정하게 들리는 반응에도 불구하고 하인들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2:5)고 당부한 것을 보면 마리아는 예수께서 그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믿은 것 같다.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라고 한 예수님의 대답은 오늘날 우리들의 관습으로 보면 퉁명스럽고 예의없게 들리지만, 팔레스타인의 풍습에서는 흔히 잘 쓰이는 여인에 대한 정중 한 표현이었다. 십자가에서 죽을 때 요한에게 어머니를 부탁하면서도 “여자여” 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가나의 혼인 잔치 이야기에서 예수의 아버지 요셉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요셉은 이때 이미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유대인의 전승을 모은 미쉬나(Mishnah)에 의하면 처녀의 혼인은 수요일에 하고 과부의 결혼식은 목요일이었다. 유대인의 결혼 잔치는 적어도 며칠씩 계속되었으며 결혼식 자체는 잔치가 끝난 후 저녁 늦게 열렸다. 가난과 중노동으로 살아가는 그 당시 유대인들에게 결혼 잔치는 즐거운 축제였다.

 대부분의 주석들은 의심할 것 없이 이것을 포도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당시 팔레스타인에서 포도주를 마시는 것은 일상적인 습관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당수의 그리스도인들이 취하지만 않으면 상관없다는, 술에 대해 이상할 만큼 관대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B.

 요한은 목격자의 정확한 기억으로 그 집에 “유대인의 결례에 따라 두세 통 드는 돌 항아리 여섯” 이 놓여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돌 항아리들은 약 20갤론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용적이 큰 항아리들이었다. 이것들은 유대인의 결례를 위해 준비된 것이었다. 유대인들은 그 물로 발을 씻고 손을 씻었다. 예수께서는 이 항아리에 물을 아귀까지 가득 채우라고 했다. 그리고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고 하셨다. 연회장은 이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보고는 좋은 포도주라고 칭찬하였다.


 C.

 연회장이 맛보고 칭찬한, 물로 된 포도주는 과연 알코올 성분이 있는 술인가 아니면 순수한 포도즙이었는가? 성경에 나오는 포도주라는 헬라어는 오이노스(oinos)인데, 이 말은 포도로 만들어진 모든 음료를 말하기 때문에 포도주도 될 수 있고 포도즙도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어휘만 가지고는 술인지 순수한 습인지 판단할 수 없다. “사람마다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고 취한 후에 낮은 것을 내거늘 그대는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두었도다” 라고 말한 연회장의 말도 물로 된 그 음료가 술이라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며칠 동안의 잔치에 질리고 취한 사람들에게는 신선하고 순수한 포도즙이 오히려 최상의 포도주로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회장이 순수한 포도즙을 포도주라고 불렀다고 해서 이상할 것이 없다. 더군다나 즙과 술은 구분되지 않고 똑같이 오이노스라고 불렸던 것이다.


 D.

 성경에 나오는 오이노스라는 단어는 발효되지 않은 순수한 포도즙을 의미하기도 하고 발효된 포도주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 당시에는 포도즙 보관법이 발견되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발효되어 포도주가 되었으며 따라서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옛 사람들의 지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박키옥키(Samuele Bacchiocchi)의 연구에 의하면, 포도 농사를 주업으로 하던 그 당시 사람들은 포도즙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분명히 포도즙이 있었고 포도주가 있었으며 성경은 그 두 가지에 대한 언급을 달리하고 있다. 포도즙은 하나님이 주시는 재물의 축복을 의미한다(창 27:28; 신 33:28), 포도즙은 또한 메시야 시대의 축복을 상징하기도 하고(욜 2:19; 암 9:13; 렘 31:12), 하나님의 값없이 주시는 은혜를 나타낼 때도 쓰였다(사 55:1), 포도즙은 또한 하나님께 드리는 십일조나 제물에도 쓰였다(민 18:12; 신 14:23; 출 29:40; 레 23:13).

 그러나 반면에 발효된 포도주는 극히 부정적인 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포도주는 거만케 하는 것이요 독주는 떠들게 하는 것이라 무릇 이에 미혹되는 자에게는 지혜가 없느니라” (잠 20:1). 잠언 23:20에는 “술을 즐겨하는 자와 ... 더불어 사귀지 말라”고 하였으며, 역시 잠언 23:29-31에는 재앙과 분쟁이 “술에 잠긴 자에게 있고”, “포도주는 붉고 잔에서 번쩍이며 순하게 내려 가나니 너는 그것을 보지도 말지니라” 고 하였다. 보지도 말라는 말보다 더 강력한 금지가 어디 있는가? 구약은 분명히 포도주를 정죄하고 있다. 포도주는 진리를 왜곡하고(사 28:7; 잠 23:33), 도덕적 능력을 저하시키며(창 9:21; 19:32; 합 2:15; 사 5:11), 육체적 병을 일으키고(잠 23:20, 21; 호 7:5; 사 19:14; 시 60:3). 또한 종교적 예배에 적합치 못하게 한다(레 10:9). 신약에도 술에 대한 금지는 분명하다. 예수는 누가복음 21:34에서 “방탕함과 술 취함과 생활의 염려로 마음이 둔하여지지 않도록 주의하라” 고 친히 말씀했고, 바울도 로마서 13:13에서 낮이 가까웠으니 “방탕과 술 취하지” 말라고 권면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의 술에 대한 태도는 명백하다. 그렇다면 예수께서 물로 만든 것은 포도주인가 포도즙인가에 대한 대답도 자명하다. 성경 말씀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그리고 하나님은 악하다고 말씀하신 것을 스스로 행치 않으신다. 성경은 술이 나쁘다고 확실하게 말하고 있다. 술은 방탕하게 하는 것이다. 단 한 방울의 알코올도 우리 정신을 혼미케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전인 우리 몸을 알코올로 더럽혀서는 안 된다. 어떤 사람은 취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하지만 동의할 수 없는 이론이다. 도대체 무엇이 취하는 것이고 무엇이 취하지 않는 상태인가? 술 주정을 해서 정신을 잃어야만 취하는 것이 아니다. 술이 우리 몸에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우리 몸은 비정상적인 반응을 보이고 알코올의 영향을 받아 취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거기에 모인 손님들이 먹도록 하나님의 아들이 만들어 준 것은 메시야 시대의 도래를 나타내는 축복의 포도즙이었지, 사람의 몸에 해를 끼치는 포도주가 아니었다.
요약
 신약은 포도즙과 포도주를 구분하지 않고 포도에서 나오는 음료를 다 오이노스라고 불렀다. 그러나 성경은 포도즙과 포도주의 용도만큼은 날카롭게 구분하고 있다. 포도즙은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 그리고 메시야 시대의 기쁨을 나타내는 긍정적인 목적을 위해 쓰였으며, 반면에 포도주는 사람을 방탕케 하고 타락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지도 말라는 부정적인 용법으로 사용되었다. 사람의 구원을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께서 방탕케 하는 술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먹였을 리가 없다. 따라서 가나에서 그가 만드신 것은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을 나타내고 메시야 시대의 축복을 선포하는 순수한 포도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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