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 성경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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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요한은 왜 로마 시간을 사용했는가?
성경절
문제
 예수께서 나타난 안식 후 첫날 저녁 때란 언제인가? 이것이 만일 유대 시간이라면 안식일 저녁 즉 토요일 저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수께서 부활한 날은 일요일이 분명하므로 이날 밤은 분명히 일요일 저녁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것은 로마 시간이다. 요한은 요한복음에서 로마 시간을 꼈다고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왜 요한만 로마 시간을 썼는가?
해석
 A.

 요한이 요한복음에서 로마 시간을 사용한 것은 당연하고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본다. 요한이 요한복음을 기록할 당시는 예루살렘이 멸망하여 유대인들이 산지사방으로 흩어진지 이미 25년 이상이 흘렀고, 그는 로마의 도시에 베소에 살고 있었다. 그 당시 에베소와 그 주변의 소아시아 모든 교회가 다 로마 시간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구태여 유대 시간을 써서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요한은 자기가 로마 시간을 사용한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가장 확실한 증거는 예수께서 빌라도에게 심문받으신 시간이다. 요한복음은 예수께서 빌라도에게 심문받으시는 시간을 제 6시로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이 만일 유대 시간이라면 6시는 낮 12시이므로 이때는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계실 시간이다.


 B.

 요한복음 20:19은 요한이 로마 시간을 썼다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한다. “안식 후 첫날 저녁 때에 제자들이 유대인을 두려워하여 모인 곳에 문들을 닫았더니 예수께서 오사 가운데 서서” 말했다. 이때는 확실히 첫째 날, 즉 일요일 밤이다. 왜냐하면 예수께서 부활하신 다음이기 때문이다. 로마 시간으로 하면 안식 후 첫날 저녁 때를 일요일 밤이라고 설명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유대 시간으로 보면 안식 후 첫날 저녁 때는 토요일 밤이 될 수도 있다. 일요일 밤은 벌써 둘째 날 저녁 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은 분명히 첫째 날 즉 일요일 저녁이므로 요한이 로마 시간을 사용한 것이 분명하다.


 C.

 요한복음에서 시간을 언급한 다른 구절들을 살펴보자. 요한복음 1:39에는 요한과 안드레가 예수님의 거처에 가서 보고 함께 거하기로 결심 한 시간이 제십시쯤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유대 시간으로 하면 십시는 오늘날의 오후 4시이고 로마 시간으로 하면 밤 10시이다. 시간이 이미 늦어서 함께 유하기로 결정했을 터이니 오후 4시 보다는 밤 10시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요한복음 4:45-54에 보면 가버나움에 사는 왕의 신하의 아들이 나은 것은 어제 제7시라고 했다. 유대 시간으로 하면 오늘날의 오후 1시요, 로마 시간으로 보면 어젯밤 7시를 의미한다. 상황을 살펴보자. 왕의 신하가 사는 가버나 움에서 예수께서 계신 가나까지는 34킬로미터이므로 도보로는 약 8시간쯤 걸린다고 볼 수 있다. 가버나움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해야 오후 한 시에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즉시로 돌아오면 오후 9시쯤 다시 가버나움에 도착한다. 그 당시 사람들이 해가졌다고 해서 그날 오후 1시에 있었던 사건을 어제 7시라고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편 왕의 신하가 가버나움에서 오전 11시쯤 출발했다면 저녁 7시에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예수님의 확답을 받는 즉시로 발걸음을 돌렸다면 그 다음날 새벽 3시쯤 집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종들이 로마 시간으로 어제 밤 7시에 나았다고 한 말이 무리가 없게 된다.

 그러나 이 두 사건은 요한이 로마 시간을 썼다는 결정적 증거는 되지 못한다. 단지 로마 시간으로 보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이라는 것뿐이다.


 D.

 요한이 요한복음에서 유대 시간을 쓰지 않고 로마 시간을 사용했다는 주장에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요한복음 4:6뿐이다. 예수께서 수가에 있는 야곱의 우물가에 피곤하여 앉은 시간 이 제6시라고 기록되었다. 유대 시간으로는 낮 12시요 로마 시간으로 하면 아침 6시이거나 저녁 6시이다. 아침 6시일 리는 없으니 낮 12시(유대 시간) 아니면 저녁 6시(로마 시간)이다. 이 두 시간을 놓고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로마 시간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계속 로마 시간을 쓰던 요한이 이곳에서만 유대 시간을 쓸 리가 없으며 예수께서 저녁 무렵 즉 6시경에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셨다 하더라도 무슨 문제가 되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첫째로 “예수께서 행로에 곤하여” 목이 말라 그대로 우물곁에 앉으신 것을 봐서 해가 내리쬐는 낮 12시경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둘째로는 우물가에 다른 여인들이 없고 오직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만 있는 것으로 봐서 대낮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람들의 이 목을 피하고 싶은 사마리아 여인이 여인들이 잘 나오지 않는 대낮에 물을 길러 우물에 왔을 것이고 이때가 만일 저녁 6시경이라면 우물은 수가의 여인들로 붐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서는 오히려 후자(유대 시간)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것일까? 계속 로마 시간을 썼던 요한이 왜 여기서만 하필 유대 시간을 썼을까 하는 것이 수수께끼로 남게 된다. 아마도 이때의 경험은 요한이 직접 체험한 것이어서 그가 느꼈던 한낮의 뜨거움이 유대 시간 6시와 자동적으로 연결되어 부지중에 그렇게 유대 시간을 쓰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요한은 이 사건에서 유대 시간을 사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역시 시원스레 설명하기 힘든 숙제로 남아 있다.
요약
 AD 95년경 로마의 활기찬 무역 도시인 에베소에서 기록된 요한복음은 로마 시간을 사용하였 다. 그 당시 로마 세계에 살던 사람들에게 읽히려고 쓴 이 복음서가 로마 시간을 사용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으며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총 5번의 시간 사용 중 2번은 로마 시간이 분 명하고, 2번은 로마 시간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나 결정적인 증거는 없으며, 1번은 유대 시간 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어서 이 문제는 아직도 숙제로 남아 있다. 요한복음 4장에서 예수 님은 사마리아 여인을 만난 시간이 뜨거운 한낮인 제6시라는 유대인의 시간을 강하게 연상시켜 부지중에 그렇게 썼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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