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말세에 베푸시겠다는 기사와 징조를 베드로는 피와 불과 연기로 묘사했다. 그것들은 과연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가?
A. 말세에 영을 부어 주시겠다는 베드로 설교의 이 부분이 오순절의 성령 충만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에 피와 불과 연기도 오순절에 적용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맞는 말 같지만 피와 불과 연기를 오순절 사건과 연관시켜 설명하기는 어렵다. 베드로의 설교는 오순절뿐만 아니라 오순절부터 재림(파루시아)까지 말세의 전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사와 징조도 마지막 때에 일어날 사건들일 것이다.
B. 피와 불과 연기의 징조가 십자가로 이루어 졌다고 생각하는 것도 난점이 많다. 피는 십자가와 관련이 있고 해가 변하여 어두워지는 현상도 십자가상에서 일어났다고 치더라도 불과 연기는 무엇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더구나
“주의 크고 영화로운 날이 이르기 전에 해가 변하여 어두워지고 달이 변하여 피가” 된다는 징조는 성경에서 마지막 날의 징조로 쓰이기 때문에 십자가 사건에 적용시키는 것은 적당치 않다.
C. 마지막으로 가장 합당한 생각은 여기서 말한 기사와 징조가 마지막 심판의 날에 대한 묘사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근거는, 베드로가 인용한 요엘서가
“여호와의 날”에 대한 예언이라는 것이다.
“피와 불과 연기”는 일반적으로 전쟁을 상징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이 말은 일차적으로 마지막 날의 대전쟁이나 살육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피와 불과 연기 기둥을” 현대의 원자폭탄을 묘사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 말을 사용한 요엘의 정확한 의도를 알기 위하여 요엘서를 보면 요엘은 마지막 심판의 날인 여호와의 날을 묘사하면서 피와 불과 연기 그리고 어두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1) 피
“내가 전에는 그들의 피흘림당한 것을 갚아 주지 아니하였거니와 이제는 갚아 주리니 이는 나 여호와가 시온에 거함이니라” (
욜 3:21).
(2) 불
“여호와여 내가 주께 부르짖으오니 불이 거친 들의 풀을 살랐고 불꽃이 밭의 모든 나무를 살랐음이니이다” (
을 1:19, 20).
“불이 그들의 앞을 사르며 불꽃이 그들의 뒤를 태우니 그 전의 땅은 에덴동산 같았으나 그 후의 땅은 황무한 들 같으니 그들을 피한 자가 없도다” (
욜 2:3).
(3) 연기
연기는 특별한 언급이 없지만 불에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징조로 보면 될 것이다. 불이 있는 곳에서 연기가 하늘을 덮는 것처럼 기근과 가뭄의 여파가 세상을 덮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4) 해가 어두워짐
“이는 여호와의 날이 이르게 됨이니라 이제 임박하였으니 곧 어둡고 캄캄한 날이요 빽빽한 구름이 끼인 날이라” (
욜 2:1, 2).
“사람이 많음이여, 판결 골짜기에 사람이 많음이여, 판결 골짜기에 여호와의 날이 가까움이로다 해와 달이 캄캄하며 별들이 그 빛을 거두도다” (
욜 3:14, 15).
여기서 피는 전쟁과 살육에서 피를 흘린 것을 의미하고 있다고 보인다. 불은 들과 산을 태워 버려 땅을 황폐케 하는 것, 즉 기근이나 가뭄을 상징하고 있다. 연기는 기근의 영향이 광범위하게 퍼져 나갈 것을 상징하고 있으며, 어두움은 여호와의 날의 엄숙함과 두려움,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 앞에서 모든 세상의 빛이 무색해지는 그날을 묘사하고 있다.
베드로가 말세의 징조로 언급한
“피와 불과 연기”는
요엘 2:28-31절에서 인용한 것이다. 여기서
“피와 불과 연기”는 일차적으로는 전쟁 용어로서 여호와의 날의 두려움과 사람들이 받을 고난을 의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