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눈으로 본 요한계시록 서문 머리말—낯선 책
 낯선 책 (요한계시록 1:1~3)
 미쉬나(Mishnah)에는 유명한 현자(賢者) 네 사람이 묵시적(默示的, apocalyptic) 이상(異像)에 그려진 신비의 낙원 파르데스(Pardes)에 들어가는 이야기가 나온다.1 하지만 그 중 한 사람도 그곳으로부터 제대로 나오지 못하였다. 첫 사람은 들어가자마자 죽었고, 둘째는 그의 믿음을 잃었으며, 셋째는 미쳐버렸다. 넷째 사람은 ∙∙∙ 자신이 그리스도라고 선언하였다. (13.1)
 이 비유는 우리의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우리에게 중대한 경고를 주고 있다. 묵시(apocalypse)라는 개념은 참으로 위험하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죽음, 파멸과 두려움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때때로 그 두려움은 사람을 마비시킬 지경이어서 어떤 이들은 그것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조차 감당하기 어렵게 만든다. 혹자는 “계시는 미쳐 있는 사람을 만나든지 사람을 미치게 만들든지 한다”고 말하였다. 미국의 데이비드 코레쉬(David Koresh), 일본의 쇼코 아사하라 그리고 유럽의 뤼크 주레(Luc Jouret)1)로부터 시작하여 지금도 예루살렘으로 달려가 그리스도를 찾거나 스스로 그리스도가 되는 모든 “신비주의자들”2에 이르기까지 계시라는 개념은 많은 정신 나간 사람들을 고무(鼓舞)시켜 왔고 심지어 더 큰 광란에 빠지게도 하였다.

 

1) 이 세 사람은 모두 광신도 집단의 지도자로서 집단 자살과 살인을 저질렀다(역자 주)
(13.2)
 그러므로 우리도 성경의 묵시록(the Apocalypse)2)에 대한 탐험에 들어가기 전에, 이 책을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대로 읽고 이해하도록 우리 스스로 확실하게 준비해야 한다.

2) “요한계시록”의 다른 이름(역자 주)
(14.1)
 그러한 목적을 위하여 첫 세 절은 그 책의 특징을 나타내 주고 우리가 그 책에 어떻게 접근 해야 할지—그리고 그 책의 유익을 잘 누리고 무사할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해 준다.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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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저자 자신은 유대인이다. 그의 이름인 요한(여호와는 은혜로우시다)은 그의 히브리인 동포들 사이에 비교적 흔한 이름이었다. 그 이름은 성경에도 자주 등장하며,3 플라비우스 요세푸스(Flavius Josephus)도 그 이름을 가진 각기 다른 17명을 언급한다. 그것은 또한 요한 벤 자카이(1세기)나 신기료 장수 요한(2세기) 같은 유명한 고대 랍비들의 이름이기도 하다. 우리의 저자 요한은 아마도 요한복음을 기록한 세베대의 아들, 곧 야고보의 형제이며 예수님의 사랑받는 제자와 동일 인물이었을 것이다. (14.3)
 기독교의 전통은 이를 만장일치로 지지한다. 에베소의 감독이었던 폴뤼크라테스(Polycrates, 기원후 130~196)는 요한이 분명히 에베소에 있었다고 증언하며, 이는 왜 저자가 에베소와 아시아의 교회에 특별한 관심을 나타내는지 설명해 준다.4 계시록의 저자는 실제 있었던 인물이다. (15.1)
 그가 있었던 “밧모”는 에게 해(계시록에는 그리스어로 쌀랏사[thalassa]인 ‘바다’라는 단어가 25회 나온다)로 둘러싸인 작은 섬이다. 본격적으로 황제를 신격화(神格化) 하기 시작하고 백성으로 하여금 자기를 신으로 경배하도록 한 사람은 도미티아누스(기원후 81~96)인데, 전승에 의하면 그가 요한을 그곳으로 보내어 채석장에서 강제 노역에 종사하게 하였다. 유대인과 그리스도인들은 그에게 신으로서 경의를 표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그는 그들을 “이 무신론자들”이라고 불렀으며 특별히 성가시게 생각하였다. (15.2)
 히에로뉘무스(Jerome)에 의하면,5 로마인들은 네로의 박해로부터 14 년 후(기원후 94)에 요한을 추방하였으며 2년 후(96 년) 도미티아누스가 사망하자 그를 석방하였다. 이러한 유배는 로마의 통치하에 흔히 있던 일이었으며 대개 정치적 인물들과 관계되어 있었다. 죄수들은 그들의 모든 공민권과 재산권을 잃었다.계시록의 도입부에서 요한은 자신의 신분을 증인, 즉 “마르투스”(martus)라고 밝히면서(계 1:2), 자신이 “환난”을 당하며 “하나님의 말씀[으로] ∙∙∙ 인하여 밧모라 하는 섬에 있었”다고 한다(9절). 그의 과거, 가족, 친구, 거주지, 친숙한 환경으로부터 떨어져 노역과 굴욕으로 짓밟힌 채 가진 것이라고는 희망밖에 없는 계시록의 저자는 이제 킷두쉬 하셈(kidduush ha-shem, 그 이름을 거룩하게 함)을 유대 전통의 완벽한 방식으로 성취한 “증인”(martyr3))이 되었다. 그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매일 마주치는 압제자들과의 만남은 요한이 유대인으로 가지는 정체성을 더욱 고양시킬 뿐이었다.

3) 순교자(殉敎者))/순단자(殉難者)라는 뜻도 있다(역자 주).
(15.3)
 히브리적인 책
 그러므로 계시록은 신약의 다른 어느 책보다 히브리적이다. 그 책에는 2,000번 이상 히브리 성경4)을 가리키는 인유(3, allusions)가 들어 있는데, 그 중 400회는 분명히 드러나게 언급한 경우이고 90회는 오경이나 선지서들로부터 문자적으로 인용한 경우이다. 본문을 인용한 경우에 계시록은 그리스어 번역인 70인역보다는 히브리어 원전에 더 충실하다. 어니스트 리넌(Ernest Renan)은 “계시록의 언어는 히브리어로부터 유래되었고, 히브리어로 생각한 것이며, 히브리어를 모르는 사람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6고 진술하였다.

4) 구약을 가리키는 다른 이름(역자 주)
(16.1)
 이러한 특성은 우리로 하여금 이 책의 히브리적인 배경과 관점에 대하여 고려하도록 요청한다. 계시록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그 책을 히브리 성경의 빛에 비추어 읽어야 한다. 우리는 저자의 의도를 찾아내기 위하여 그 책에 히브리 성경이 언급된 것을 그 본래의 히브리적 유대적인 맥락(脈絡) 안에서 분석하게 될 것이다. (16.2)
 이제 우리가 계시록을 해석할 때는 필요에 따라 히브리 성경을 직접 주석하기도 하고, 그 책이 반영하는 특정한 유대 세계와 전통들까지도 고려할 것이다. (16.3)
 드러난 비밀
 그 책은 맨 처음부터 “다니엘의 비밀들”에 뿌리박고 있다. “계시”라는 첫 낱말부터, 이제 막 드러나려고 하는 비밀의 현장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계시”(revelation) 또는 “묵시”(apoclaypse)7라는 말은 “비밀을 드러내다” 라는 뜻의 그리스어 아포칼립토(apokalupto)에서 왔다. 이 “드러내다” 라는 동사는 다니엘의 키워드 중 하나(glh)이기도 하며, 그 책에 일곱번 쓰인다. 계시록의 첫 단어처럼 그 단어도 예언적 이상의 도입부에 등장하며8 “비밀”(라자[razah])이라는 단어와 함께 나온다. (17.1)
 이렇게 계시록의 첫 단어부터 다니엘에 대한 메아리가 나오는 것은 두 예언서 사이에 특별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 준다. “요한의 계시들”은 우리로 하여금 “다니엘의 비밀들”로 되돌아가 보게 한다. (17.2)
 나아가, 계시록은 다니엘의 마지막 지복(至福) 선언을 반향(反響)하는 지복의 선언으로 시작한다. “이 예언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는 자들과 그 가운데 기록한 것을 지키는 자들이 복이 있나니 때가 가까움이라”(계 1:3). 다니엘은 선언한다. “기다려서 일천 삼백 삼십 오일까지 이르는 그 사람은 복이 있으리라. 너는 가서 마지막을 기다리라 이는 네가 평안히 쉬다 가 끝날에는 네 업을 누릴 것임 이니라”(단 12:12, 13).9

  (17.3)
 “계시록”이라는 책의 제목과, 그 책을 소개하고 그 독자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첫 번째 지복에 암시되어 있듯이, 맨 처음부터 계시록의 저자는 다니엘의 예언과 동일한 관점에서 서술을 시작한다. 계시록은 히브리 성경의 다른 어느 부분보다 다니엘를 더 많이 언급한다.10 선지자가 그의 이상의 도입부에서 사용하는 “나 요한”이라고 하는 술어(術語)11 또한 구약의 “나 다니엘”12을 반향한다. 두 책은 유사한 문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양 책은 동일한 이상들, 동일한 주제들, 동일한 윤리적 함축 그리고 동일한 기간에 해당되는 동일한 예언적 전망을 가지고 있다.13 (18.1)
 다니엘와 계시록 사이의 유사점들은 우리가 후자(後者)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첫 번째 단서를 제공한다. 다니엘에 관한 언급들은 우리가 계시록을 해석하려고 할 때 안내 자가 되어 준다. 계시록에서 다니엘의 주제들과 인유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그 배경을 알기 위하여 다니엘와 그 책에 대한 필자의 주석 다니엘의 비밀들(Secrets of Daniel)14을 일독(讀)하기를 권한다. (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