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섯 나팔 재앙 (8:2-9:21)
 어린양이 일곱째 인을 떼고 하늘에 고요가 있은 후(계 8:1), 요한의 묵시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새 장면은 땅의 거민들 위에 내리는 이상한 사건들을 알리는 일련의 나팔소리에 대하여 묘사한다. 본 단락은 도입부 하늘 장면과(계 8:2-6) 일곱 나팔 재앙에 의한 후속적 결과의 두 부분으로 나뉜다. 일곱 나팔은 일곱 인과 같이 넷과 셋으로 그룹 지어져 있다. 첫 네 나팔은(8:7-13) 그 형태와 비중에서 마지막 세 나팔의 ‘화’와는 다르다. 여섯째 나팔은(9:13-21) 막간에 의해(10:1-11:14) 일곱째 나팔과 분리되어 있다.

도입 장면: 성도들의 기도 (8:2-6)
 요한계시록 8장 2-6절은, 땅의 거민들에게 이제 막 보내려는 일련의 새로운 화들을 선포할 사명을 받은 하늘의 일곱 천사를 소개하며, 일곱 나팔의 서론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천사들이 나팔을 불기 전에, 하나님의 백성의 기도가 향과 함께 드려진다. 이 문단은 독자들에게 일곱 나팔의 묵시를 해석하는 열쇠를 제공한다.1)

(어구(語句) 해설)
요한계시록 8:2 내가 보매 하나님 앞에 일곱 천사가 서 있어 일곱 나팔을 받았더라
[그] 일곱 천사.
 정관사 the(한글 성경에는 없음 역자 주)는, 이 일곱 천사의 구체적인 그 신원이 요한 당시의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일곱 천사가 이전의 성경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사야는 “자기 앞의 사자”(그의 임재의 천사, 흠정역)를 언급하며(사 63:9), 또한 누가복음 1장 19절은 하나님 앞에 서 있는 가브리엘 천사에 관하여 말한다. 유대 전승에 의하면,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일곱 천사는 우리엘, 라파엘, 라구엘, 미가엘, 사라카엘, 가브리엘, 그리고 레미엘 등이다.2) 많은 학자들은 요한이 이 일곱 천사를 언급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천사들은 요한계시록 4-5장에서 묘사된 하늘 무리에서는 제외”되었다.3) 그들이 누구이든지 간에, 요한계시록 8-9장의 일곱 천사는 특별한 계급의 하늘 존재들이다. 그들이 하나님 앞에 있다는 것은 봉사를 위해 준비되었음을 뜻한다. 구약에서 “여호와 앞에서” 있다는 말의 실제적 의미는 “내가 섬기는 여호와”라는 뜻이다(왕상 17:1; 18:15; 왕하 3:14; 5:16 참조), 이 일곱 천사는 후에 마지막 일곱 재앙을 쏟는 천사들과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매우 짙다(15-16장).
나팔.
 나팔은 고대 이스라엘 민족의 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구약의 몇 히브리 단어는 ‘나팔’로 번역할 수 있는데, 그 중 쇼파르(shophar)하초체라(chatsotserah)가 가장 빈번히 사용된다. 하초체라 나팔은 제사장들의 악기로, 일반적으로 쇠를 망치로 두들겨서 만들었다. 제사장들은 각기 다른 목적-백성을 소집할 때(민 10:3), 전쟁시 경고를 발할 때(민 10:9), 축제나 종교적 행사 때(민 10:10), 그리고 성전 예배(대하 5:12-13; 13:12-14) 등으로 나팔을 불었다(민 10:2-10), 기드온은 적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기 위해 하초체라 나팔을 사용하였다(삿 7:19-20), 쇼파르 나팔은(출 19:16; 레 25:9; 수 6:4; 삿 3:27) 일반적으로 양의 뿔로 만들어졌으며, 구약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악기로, 주로 신호를 보내는 악기였다(삿 3:27; 6:34; 삼상 13:3; 사 18:3; 27:13; 렘 4:5, 19; 51:27; 욜 2:1), 기능상 쇼파르 나팔은 음악보다는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쇼파르하초체라는 거룩한 악기로 간주되었다. 신·구약의 종말적 묵시에서, 쇼파르(헬, 살핑크스 salpinx)는 하나님의 종말적 심판을 알리는 적절한 신호가 되었다.
받았더라.
 여기에 사용된 수동태 동사는 필시 셈어(Semitic)의 신적 수동태, 즉 하나님의 이름이 사용되는 것을 피할 목적으로 성경에서 흔히 사용했던 형태일 것이다. 이 때 문맥에서 명시되지 않은 신분은 하나님일 것이다(계 9:1의 어구 해설 참조). 이 경우, 천사들에게 나팔들을 주신 분은 바로 하나님이심을 의미할 것이다.
요한계시록 8:3 또 다른 천사가 와서 제단 곁에 서서 금 향로를 가지고 많은 향을 받았으니 이는 모든 성도의 기도와 합하여 보좌 앞 금 제단에 드리고자 함이라
금 향로
 솔로몬 성전과 제2 성전의 “불 옮기는 그릇"이다4)(왕상 7:50; 대하 4:22; 렘 52:18-19 참조).
제단.
 본문은 어느 제단인지를 명시하지 않으나, 아마 번제단일 것이다(구약 성전의 바깥에 위치한다). 이 제단은 본 절의 후반부에서 언급된, 보좌 앞에 있는 금향단과 구별되었다. 구약 성전에서 금향단은 “증거궤 위 속죄소 맞은편 곧 증거궤 앞에 있는 장막 밖에” 있었다(출 30:6-7 참조), 요한계시록 6장 9절의 어구 해설을 참조하라.
요한계시록 8:5 천사가 향로를 가지고 제단의 불을 담아다가 땅에 쏟으매 우레와 음성과 번개와 지진이 나더라
천사가 향로를 가지고 단 위의 불을 담아다가 땅에 쏟으매 뇌성과 음성과 번개와 지진이 나더라.
 이 장면은, 타미드 의식 중에 제사장이 성소에서 직무를 행하다가 입구와 분향단 사이에 이르면 제사장 중 하나가 삽을 들었다가 내던진다고 미쉬나에 묘사된 성전 장면을 반영한다. 그 삽 소리가 너무 커서 예루살렘에 있는 사람들은 바로 옆 사람의 음성도 들을 수 없었다.5) 같은 장에 의하면, 삽 소리는 저 멀리 여리고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6)
(주해)
요한계시록 8:2 내가 보매 하나님 앞에 일곱 천사가 서 있어 일곱 나팔을 받았더라
 요한계시록 8장 2절과 함께 묵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요한은 일곱 천사가 일곱 나팔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서서 땅과 땅의 거민들에게 보낼 일련의 새로운 화 선포를 준비하는 광경을 본다. 천사들이 나팔을 불기 전에, 새로운 상징적 장면이 요한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일곱 나팔을 부는 이 도입 장면은 일곱 나팔의 무대가 된다.
요한계시록 8:3 또 다른 천사가 와서 제단 곁에 서서 금 향로를 가지고 많은 향을 받았으니 이는 모든 성도의 기도와 합하여 보좌 앞 금 제단에 드리고자 함이라
요한계시록 8:4 향연이 성도의 기도와 함께 천사의 손으로부터 하나님 앞으로 올라가는지라
요한계시록 8:5 천사가 향로를 가지고 제단의 불을 담아다가 땅에 쏟으매 우레와 음성과 번개와 지진이 나더라
 요한은 또 다른 천사가 금향로를 가지고 번제단과 근접 거리에 서 있는 것을 본다. 많은 향을 받은 후, 그 천사는 모든 성도들의 기도와 함께 그것을 보좌 앞에 있는 금향단 위에 드린다. 이 장면은 구약의 예배 제도 위에 구축되어 있다. 그 예식에서 매일의 희생제물의 종결은 나팔을 붉으로써 선포되었다.7) 희생양이 번제단 위에 놓이고 희생제물의 피가 제단 밑에 쏟아진 후, 담당 제사장은 금향로를 가져다가 성전 안에 있는 금향단 위에서 향을 드렸다. 향을 드린 후, 그 제사장은 뜰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백성을 축복하기 위하여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일곱 제사장들은 그들의 나팔을 불어 그 날의 제사가 끝났음을 선포하였다.

 요한계시록 8장의 천사는 번제단에서 성도들의 기도와 함께 향을 받는다. 이것은 다섯째 인의 개봉 장면에서 번제단 밑에서 죽임을 당한 성도들이 “땅에 거하는 자들” (6:10)에 대한 심판을 간구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 곳 요한계시록 8장 3-4절에서, 성도들의 이 기도는 천사가 하나님의 보좌 앞 제단 위에 향을 드릴 때 다시 언급되고 있다. 요한계시록 5장 8절에 의하면, 이 향은 성도들의 기도다. 이 기도들은 분명히 다섯째 인의 장면에서 제단 아래 성도들이 공의와 심판을 위해 드린 기도들이다. 향연이 성도의 기도와 함께 천사의 손으로부터 하나님 앞으로 올라가는지라. 제단 아래 성도들의 기도가 ‘은혜의 보좌’에 상달되고 하늘의 하나님께서 들으신다는 확고한 보증이 여기에 있다.

 갑자기 장면이 바뀐다. 천사가 향로를 가지고 단 위의 불을 담아다가 땅에 쏟으매. 이 구절은 세마포를 입은 사람이 그룹 사이에서 숯불을 취하는 에스겔의 묵시 장면을 생각나게 한다. 그 사람은 예루살렘에서 자행된 가증한 것 때문에 하나님의 심판의 표로 숯불을 그 위에 쏟아 붓는다(겔 10:1-2), 이 구약 배경에 비추어, 요한계시록 8장 5절의 숯불을 땅 아래에 쏟는 것은 심판 행위를 상징한다. 여기에 나타난 천사의 행위는 예수님의 말씀을 상기케 한다. “내가 불을 땅에 던지러 왔노니.”(눅 12:49)

 성도들의 기도가 드려졌던 바로 그 제단에서 불이 땅으로 내려온다는 것은 특별히 흥미롭다. 그러므로 로버트 토머스(Robert L. Thomas)가 말하듯이, 통상 향을 드리기 위해 사용된 향로는 이제 “기도에 응답하는 심판의 상징”이 된다.8) 이 장면은 일곱 나팔로 상징된 심판이 땅과 그 거민에게 쏟아지는 것은 바로 성도들의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임을 보여준다. 그것은 하나님의 백성은 잊어버린 바 되지 않고, 그들의 기도는 들으신바 되며, 응답된다는 보증의 기별을 담고 있다.9)

 불을 땅에 던지는 것에 이어 하나님의 진노가 뇌성과 음성과 번개와 지진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것들은 하나님의 등장에 대한 상징으로서, 시내 산에서 불과 뇌성과 번개와 지진으로 나타나신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출 19:16-19), 이 현상은 하나님께서 바야흐로 당신의 백성에게 주시려고 하는 기도의 응답을 대표한다. 그분께서는 충성된 자들을 악의적으로 해하고 압제했던 자들 위에 그분의 의로운 심판과 보응을 쏟으려고 준비하고 계신다.
요한계시록 8:6 일곱 나팔을 가진 일곱 천사가 나팔 불기를 준비하더라
 금향단 위에 향을 드리는 일과(8:3) 땅에 불을 던지는 일은 일곱 천사에게는 나팔을 불며, 이 땅과 그 거민들 위에 이제 막 쏟아지게 될 화를 선포하라는 신호다. 이것은 나팔 심판이 다섯째 인의 장면에서 드려진 성도들의 기도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다시 언급하는 것이다. “거룩하고 참되신 대주재여 땅에 거하는 자들을 심판하여 우리 피를 신원하여 주지 아니하시기를 어느 때까지 하시려나이까?”(계 6:10) 하나님께서는 “땅에 거하는 자들”을(8:13) 심판하심으로 이 기도를 응답하신다. 이것은 다시 애굽에 내린 재앙들을 생각나게 한다. “내가 애굽에 있는 내 백성의 고통을 정녕히 보고 그들이 그 간역자로 인하여 부르짖음을 듣고.”(출 3:7)

 바로가 이스라엘의 출애굽을 거절했을 때 내린 재앙들은 일곱 나팔 재앙에 대한 요한의 대부분의 생각과 묘사의 중심 출처다. 애굽의 재앙들과 같이, 나팔 재앙들은 하나님의 백성의 원수에게 내린 심판들이며, 이것으로 말미암아 압제받은 그 충성된 자들은 구원을 받는다.10) 이제 우리는 이 사건들을 자세히 분석할 것이다.